은행법 개정안 -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을 막는 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소위 ‘론스타 사건’은 세계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국가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전환기적 사건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국내법을 무시하는 해외투기자본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 등 중대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론스타 문제는 지난 10월 6일, 법원이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로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3년, 론스타펀드IV에게는 벌금 250억원을 선고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판결로 인해 론스타가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 중,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위반 등으로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고, 금융위원회도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 대해 보유 지분 10%를 제외한 잔여 지분 강제매각명령(은행법은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령위반으로 처벌받을 경우에는 10%를 제외한 주식을 강제매각토록 하고 있다)을 내리면서 론스타펀드와 관련된 일련의 의혹들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이보다 먼저, 2003년에 있었던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인수이후부터 지금까지 론스타 해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으며, 론스타 펀드가 금융기관 대주주로서 부적절하고, 그동안 고액 배당금과 주가조작 불법행위를 통해 엄청난 국부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첫째, 론스타펀드는 산업자본이므로 외환은행 인수당시부터 금융기관 대주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해왔다.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대주주가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아야 하며,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위반 등으로 처벌받지 않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적격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행 은행법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은행을 소유한 대주주가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비금융 주력자(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2조원 이상일 경우)일 경우, 지분 4%를 제외한 주식을 강제 매각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무위원들을 포함하여 야당의원들이 올해 초부터 론스타가 보유한 일본 내 골프장들의 자산이 2,600억엔(약 3조 7000억원)에 이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금액에는 논란이 있더라도 론스타가 인수 당시 신고한 극동건설, 극동요업 등 다른 비 금융자산을 더할 경우, 론스타는 명백한 비금융주력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론스타펀드의 산업자본 해당여부에 대해 심사를 미뤄오다가, 2011년 3월 16일, 제5차 정례회의를 개최하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환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인 론스타펀드IV에 대한 적격성 심사결과 등을 보고받고, 론스타펀드Ⅳ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안일한 대처와 눈치보기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계, 학계의 비판과, 새로운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재심사에 대한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산업자본해당여부에 대한 재심사에 착수했다.
둘째, 론스타펀드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적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보유 지분 전체에 대한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정무위원회에서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인수계약이 시장에서의 합리적 가격을 현저히 초과한 지분매
매매각이며, 과도한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였다. 이에 론스타펀드와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 전량(51.02%)을 4조 4,059억 원에 매입하기로 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역시 약 2조원의 국부유출이 예상되는 과도한 경영권프리미엄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으며, 최근 다시 맺은 재재계약 역시 인수계약액이 3조 9,000억원으로 기존계약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하나금융이 과도한 국부유출을 유도하고 부당거래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셋째,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유죄취지로 환송하자, 정무위원회에서는 대주주적격성 부재 시 지분강제매각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은행법의 법적보완과 개정을 요구했다.
현행 은행법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일정 기간 내 초과보유요건 충족명령을 내리고, 대주주가 이를 미이행할 경우에는 한도초과보유주식에 대해 강제매각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는데, 은행법의 지분 매각명령 조항은 의무조항이 아니며, 매각의 방법이나 절차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는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현행 「은행법」은 은행이 대주주의 사(私)금고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하기 위하여 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한도초과 보유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금융위원회가 주식의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도초과 보유주식에 대한 처분명령과 관련하여 현행법은 “금융위원회는…한도를 초과하는 주식을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금융위원회가 그 처분명령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을 인정하고 있으며, 주식처분의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금융위원회가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는 경우에는 법률에서 정한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초과하는 주식의 보유가 계속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은행주식 보유제한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실제로 한도초과 보유주식의 처분명령이 내려지는 경우에도 그 절차와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어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민주당은 론스타에게 내려질 강제 매각 명령이 하나금융과의 기존 계약을 승인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되며, 관련 법률을 위반하여 초과 취득한 지분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강제매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영택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법상 주식보유한도를 위반하는 경우에 대한 제재수단의 하나인 금융위원회의 주식처분명령을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주식의 처분방법 및 절차를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해당 주식의 처분방법과 절차 등을 ➀적격자에 대한 매각원칙, ➁불특정 다수 공개매각 원칙, ➂증권거래소 시장 내 매도원칙 등에 따라 시행령에 정하도록 함으로써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한도초과보유주식에 대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해주는 임의적인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은행주식 보유한도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한편, 주식처분 명령이 이루어지는 경우 예상되는 논란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미 우리 금융위원회도 조건을 구체화한 매각명령을 내린 사례가 두 차례 있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구 증권거래법에 따라 KCC(04년 2월), DM파트너스(08년 4월)에 대해 매각시한과 매각방법(장내매도)을 한정한 강제지분매각명령을 내린 바 있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은행의 대주주가 주가조작 등의 범죄행위로 적격성을 상실할 경우, 중앙은행(FRB)의 명령으로 그 의결권을 정지시키고 경영에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주식을 처분(공개매각 원칙)하도록 강제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은 확정판결전이라도 중앙은행(FRB)이 대주주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기만(determines) 하더라도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은행법의 개정
이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난 11월 18일, 금융위원회는 민주당과 국회 정무위원회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한 심사도 없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주가조작 유죄판결에 기초하여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주식의 강제처분명령만을 내렸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의 지분 매각명령 조항이 의무조항이 아니며, 매각의 방법이나 절차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징벌적’ 성격이 아닌 ‘조건 없는’ 매각 명령을 통해, 론스타가 과다한 금액으로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에 해당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본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강제매각명령을 내린 것은 은행법 제16조의 규정을 위반하는 중대한 직무유기로서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될 수 있으며, 해당 주식의 처분방법과 절차 등이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법규위반자에 대한 제재로서의 처분명령을 발하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는 특정인과의 통정매매와 같은 자율적 처분을 허용하고 이를 처분명령 이행으로 간주하여 지분인수계약과 자회사 편입신청까지 승인하는 것은 은행법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형사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의 주식처분명령의 결정에는 재량이 인정되지 않게 되며, 주식처분명령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위법한 행정행위가 되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므로 은행주식 보유제한에 대한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초과 보유한 주식의 규모, 증권시장의 상황, 다른 주주의 이익보호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에서 주식의 처분방법과 절차 등을 정하는 경우 주식처분의 방법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의 위축, 국가적인 신뢰도 문제, 사적 재산권 침해에 따른 론스타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였다고 하나, 주가조작이라는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대주주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론스타는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하여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강제매각 명령을 받는 것이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 금융위원회는 지금이라도 중대한 범법행위로 자격을 상실한 대주주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수취하는 일은 없도록 론스타의 초과보유주식에 대해 처분의 시한과 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한 강제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
2003년 11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2조 1,548억 원에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원금을 제외하고 약 5조 2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또한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에 체결된 외환은행 보유주식 전량(51.02%)에 대한 지분매매계약을 금융위원회가 승인하게 되면, 론스타는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추가로 인정받게 된다.
현재와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강제매각명령이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지분매매라면 이것이야말로 국제 투기자본들이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우습게 생각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제투기자본에 맞서 국부유출을 막고자 하는 민주당의 은행법 개정안에 정부 여당이 하루속히 동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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