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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부끄러운 나라: 부패와 정치검찰

1. 서론 - 현상 


누구나 검찰 개혁을 말한다. 나름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검찰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정치인들의 선거 출정식에서도 검찰 개혁은 단골로 등장하는 공약이다. 우리 검찰에 대해서 어떤 획기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야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터져 나온다. 개별사건의 처리를 놓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소개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상당한 경력을 쌓은 현직 검사가 검찰의 정치 편향성을 비판하면서 사표를 내기까지 했다. 다음 정권의 향방이 어떻게 되든 검찰 개혁은 새 정부의 최우선적 과제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오늘날 검찰이 이렇게 비판을 받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검사로 근무할 때 언론에서 검찰을 공격하면 선배들은 “언제는 검찰이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면서 늘 있는 일로 치부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정권 들어 검찰이 해온 중요 사건의 결과를 놓고 볼 때, 검찰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매우 힘들다. 대표적인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법원의 권고에 따라 조정에 응한 KBS 정연주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해서 무죄를 받은 일(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을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의율해서 기소했다가 무죄를 받은 PD 수첩 사건,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서거를 불러온 박연차 게이트 수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사소송법 규정을 검찰 편의적으로 해석해서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용산참사 사건 등 여론의 지탄을 받은 수사는 한, 두건이 아니다.


물론 수사라는 것은 아무리 공정하게 하더라도 당하는 쪽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극명하게 주장이 갈리는 사건에서는 양측 모두의 동의를 얻기 힘들지만, 현재 검찰에 대한 비판이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사건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과연 최근 몇 년간 검찰에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만큼 구조적인 부정부패를 뿌리 뽑은 사례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검찰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사건을 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선 주요 사건들의 목록 및 그 처리결과를 놓고 볼 때 검찰의 정치적 종속이 심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사건 처리뿐만이 아니다. ‘거악의 척결’을 임무로 내세우는 검찰 자체의 부패상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다. ‘스폰서 검사’에 관한 보도가 있었을 때 검찰은 과거에 있었던 관행이라고 치부했지만, 현실로 드러난 사례는 위, 아래가 따로 없는 총체적 부패의 만연을 보여주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사람은 검사들 스스로 낯을 들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고, 조직의 중견 간부급인 부장검사가 청탁을 받고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가 적발되었으며, 최근에는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검사까지 등장했다. 만날 때마다 검사가 지갑에 있는 수표나 현금을 털어가서 돈을 조금씩 가지고 다녔다는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건지 궁금할 정도다.


때문에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것은 필연이다. 다만 역대 여러 정권이 검찰 개혁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으면서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기치를 높였던 참여정부에서마저 검찰 개혁 작업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이 검찰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고 그러한 면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일정 정도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위기의식을 느낀 검찰로 하여금 맹목적인 ‘조직 보위’에 매몰되게 만든 측면도 있다. 검찰 개혁 작업이 정교하면서도 끈기 있게 이루어져야 할 이유다. 아래에서는 검찰 개혁과 관련하여 총론적 측면을 살펴보고 몇 가지 각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2. 검찰 개혁의 총론적 방향 - 권한의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검찰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나 지적하듯이 검찰이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너무나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검찰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 이익집단, 시민단체, 심지어 언론사 등 천차만별의 입장을 가진 다양한 조직과 개인이 조금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일에 부딪히면 검찰을 찾아온다. 검찰은 그런 사건을 어떻게든지 사법적인 틀에 맞도록 끼워 맞춰서 해결하려고 하고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두 당사자는 수사의 진행과 결과를 놓고 혈투를 벌인다. 중간에 낀 검찰은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어쩌다 실수라도 저지르는 때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난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검찰 수사가 아닌 다른 절차를 통해서 해결될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검찰이 나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부터 그런 관행이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검찰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를 찾기 어렵게 되었고 사람들도 그러한 현상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검찰 수사 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 언론을 통한 공방 등이 바로 그러한 방법들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가 그런 방식을 통해서 해결된 경우는, 과문한 탓이겠지만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연히 검찰은 항상 큰 부담을 안고 있게 되고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무리한 일을 하거나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구체적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PD수첩 사건에 있어서 쟁점은 사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감염 우려에서 안전한지, 한미 정부간 쇠고기 수입 협상이 공정하게 체결되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고 한미 협상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MBC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든지 언론을 통해서 혹은 토론회를 개최해서라도 반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일이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만일 PD수첩의 보도가 허위라면 협상 담당 공무원의 명예가 훼손된 것이라고 형사적 문제로 구성한 다음 검찰이 나서서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도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든 광우병에 관한 논란을 문외한에 가까운 검사들이 ‘공부를 해서’ 해결해야만 한다.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PD수첩 제작진들의 출석 거부가 계속되던 2008년 여름 검찰이 공개 질의 형식으로 보도 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던 풍경은 이 사건의 본질이 명예훼손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 위험성의 진위 여부에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후 PD수첩의 보도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던 언론사들이 “담당 공무원들의 명예훼손이 확인되었다”라는 표제보다는 “보도내용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는 식의 표제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렇듯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큰 것은 법률적인 측면과 사실적인 측면 양쪽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법률적인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고 사법경찰관을 지휘하여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기소 후에는 공판에 관여하며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형의 집행을 담당한다.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체포할 수 있다. 위헌판결을 받고 개정되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검사가 10년 이상의 구형을 한 사건에서는 무죄판결이 선고되어도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어 피고인이 석방되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있었다.


지나치게 강력한 권한 부여는 합리적인 논의마저 어렵게 만든다. 사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참고인에 대한 강제 구인제나 허위진술죄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검찰이 도입을 추진하는 플리바기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막상 토론을 해보면 이미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사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검찰의 권한은 더욱 막강하다. 앞에서 본 것처럼 사회의 갈등을 주로 검찰 수사를 통해서 해결하는 습관이 이미 굳어졌다.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응하는 검찰의 논리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수사 결과에 따라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을 경찰의 손에 맡기거나, 혹은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 알 수 없는 공수처 등 신생 수사기관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그래도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검찰이 처리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문제의 해결을 반드시 수사 등 형사절차에 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공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문화예술단체의 운영이 편파적이라고 보일 때, 방송국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판단될 때 등 모든 경우에 수사를 통해서 개인적인 비리를 찾아내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되었다. 검찰, 경찰, 또는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보다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구체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어떻게 축소할 것인가 논의하기에 앞서, 최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쟁과 관련하여 한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문제가 있다. 용어의 혼란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일정한 양의)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오해이다. 지금 검찰과 경찰에서 격론을 벌이는 것은 경찰 수사에 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경찰은 지금도 수사가 가능한 전 영역에 걸쳐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중 어느 부분까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자적 영역을 인정할 것인지가 수사권 독립 논쟁인 것이다.


수사권 독립과 관련된 이러한 오해는 이 문제가 검찰의 권한 조정과 관련이 있다는 2차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즉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면 검찰의 수사권이 줄어들고(즉 권한이 축소되고),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독립’된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되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게 되지도 않는다. 다만 과거에 검찰의 지휘를 받던 경찰의 수사 활동 중 일부가 지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검경 수사권 논쟁은 검찰의 권한 축소와는 큰 관계가 없고 다만 경찰의 권한을 확장해주는 데 관한 논쟁일 뿐이다.


따라서 검찰의 권한 축소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축소하는 방향보다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한 논리적 대응이기도 하다.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막강한 단일 조직인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을 경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 수사 활동에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경우 사실상 경찰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견제와 제한을 받지 않으면 인권 침해가 일어날 소지가 많다. 경찰의 수사는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스스로 하는 수사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만에 불과하다. 일상적으로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고, 공판에 관여도 하고, 형 집행도 지휘하는 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다.


즉 검찰 권한의 축소는 직접 수사권의 폐지 혹은 대폭 축소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에 대한 1차적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를 위한 수사지휘만을 전담한다면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도 실질적으로 해소되며 편파 수사의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정치권에서 수사기관을 장악하려고 시도하더라도 경찰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이 지휘를 하는 방식이라면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 조직에서도 압력을 피하기가 용이해진다. 위에서 예로 든, 이번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주요 사건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지휘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현재와 같이 비판을 받는 결과가 되었을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각론에 대한 몇 가지 생각 


(1) 중수부 폐지 논의에 관하여 


중수부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주요 국가 중 어디에도 중수부와 같은 조직은 없다. 선진국 중 어디에도 중수부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중수부를 폐지하면 부패가 만연할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손상하기 쉽고 시행착오를 교정하기 힘든 중수부를 유지할 실익은 별로 없다.


중수부를 폐지하더라도 지방검찰청 특수부에서 마찬가지로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폐지의 실익이 없다는 반론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축소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수부 폐지를 반대할 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수부는 사실상 검찰총장이 주임검사이기 때문에 일단 수사를 시작하면 뒤로 물러서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사의 과정이나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국민적 비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될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지방검찰청 단위의 수사는 얼마든지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2)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신설 문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 자체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제3의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지 스스로 교정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력한 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사들도 검찰 내부 비리 수사에 있어서는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인지상정일 수도 있다. 설사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 스폰서 검사 사건 때 제보자가 끝까지 문제를 삼은 것은 수사를 하는 주체도 검사들이고 수사의 대상도 검사이기 때문에 서로 한통속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감찰 및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로서는 억울하다는 항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조직도 자체적인 감찰만으로는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다. 그랜저 검사 사건이나 벤츠 검사 사건도 통상적인 수사에서는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가 법적 근거도 없는 ‘특임 검사’라는 제도를 만들어서야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검찰을 감시하고 견제할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3) 인사제도에 관하여



공무원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 있는 수단은 단연 인사다. 승진 혹은 보직 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공무원들은 무슨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권이 검찰의 장악한 수단도 다른 무엇보다 인사였다. 이번 정권에서 특히 심하기는 했지만, 과거에도 검찰 인사에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만악의 근원이었다.


이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 많은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검사들이 스스로 내세운 방안은 검사 인사권을 검찰에 달라는 것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할 때 검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이것이었다. 정치권에서 개입할 수 없도록 검사 인사권을 법무부가 아닌 대검이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다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검찰총장이 검사 인사권을 갖게 된다면, 검찰총장 1인을 통해서 전 검찰조직을 강력하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될 경우 검사들의 검찰총장에 대한 충성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검찰 조직 내에 이견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차기 총장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이 인맥이나 파벌을 만들 위험도 있다.


다른 대안으로 흔히 등장하는 것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제도 등이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별로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 했다. 그저 인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표시만 내기 위한데 그쳤다.


최근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에 대한 선거제도도 많이 언급된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검사장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선거로 뽑히는 검사장이 갖게 될 유, 무형의 강력한 권한과 위세를 생각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을 때, 즉 지방자치제의 장이 아직 임명직일 때 지역에서 검사장의 권한은 지자체 장의 권한보다 훨씬 막강했다.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나서야 간신히 그런 불균형이 역전되었다. 지자체의 장들이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서 검사장을 뽑게 되면, 그들은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뿐만 아니라 선출직이라는 정당성까지 획득하게 된다. 민의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준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권한을 남용할 경우 그 폐해가 너무나 클 위험이 있다. 검찰의 권한과 역할 전체적으로 대폭 축소되기 전까지는 검사장 선거제는 지나친 모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인사권자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처럼 원칙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발탁을 위해서 무리를 할 요인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사를 지역별로 선발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지역별로 검사를 임명하지 전국적으로 임명해서 ‘경향교류’ 등의 인사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를 장기간 한 지방에 근무하게 할 경우 부패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사이동을 하고 있으나, 이는 검사의 권한 축소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는 평검사의 경우 통상 한 지역에 2년간, 부장검사 이상 간부의 경우 1년간 근무하게 하는데, 잦은 인사이동은 수사력 저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지역별로 검사를 임명하고 원칙적으로 그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인사를 통한 수사에의 개임은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4. 맺는 말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닥에 떨어졌다. 검찰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도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상당 부분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검찰의 행보를 볼 때 그런 평가에 대해서 크게 불만을 갖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스스로 정도를 걷지 못한다면 외부적인 수술이라도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무리한 수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검찰에 집중된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축소하고 검찰의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검찰의 부패를 수사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설치하고,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것이 검찰 개혁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은 하단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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