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지방정치를 바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 20일 일과가 끝난 후인 오후 6시 30분부터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이 서울시장 집무실을 찾아 진행되었으며, 몇 가지 질문은 서면인터뷰로 추가되었음을 밝힙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신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주
박순성 :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게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서울시정에 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 새롭게 출범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정당정치와의 관계입니다. 작년 10월 27일 첫 직무를 시작하신지 3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 조직을 정비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시면서 느낀 점이 많으셨을 텐데, 그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박원순 : 지난 3개월은 인수위원회 활동과 같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서울시 식구들의 헌신과 시의회의 협조, 시민 여러분들의 성원 덕에 실제 시정업무도 함께 추진해나가면서 소기의 결과와 보람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그 마음이 가장 큽니다.
언제 하루가 시작해서 끝나는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분주하고 바쁜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도 많지만, 매일을 설렘과 기대로 시작하였지요.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들도 만났습니다. 그럴 때면 ‘시민’을 넘어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유권자로서 시민, 그 기호에 당장 맞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근본적으로 무엇이 가장 이로운가?’ 이 답을 찾는 것이 그간 서울 시정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 이 가치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없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들을 확인하고, 서울시 식구들의 조직을 개편하여 내부의 이야기에도 최대한 귀 기울였습니다. 각계의 전문가 여러분께도 이해와 도움을 구했지요. 그렇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말입니다. 어쩌면 ‘함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여 이제 본격적인 서울 시정이 시작됩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은 올해의 전망에 대해 어두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만, 시민 여러분, 시의회와 정관계 여러분, 각계의 전문가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 식구 여러분.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저와 우리를 믿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사람이 힘을 합하면 넘지 못할 어려움이 없습니다. 올해의 위기들을 멋지게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박순성 : 시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새로운 세상’이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시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정이란 무엇인지요?
박원순 : 제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유명한 성경 구절을 종종 떠올립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전도서의 이 구절은 인류 모두, 역사 전체에 적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 것을 꿈꾸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과는 다른 새것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인간만이 지닌 특권이지요. 옛 것 중에 좋은 것, 지금과는 다른 것, 변하지 않게 좋은 것, 이러한 가치들을 찾아내어 추려서 새로운 것을 꿈꾸는 것, 이렇게 끊임없이 새 세상을 꿈꾸어왔던 것의 기록이 역사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행정은 지금 우리 시대의 꿈을 현실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어 적용시키는 것일 거고요.
우리 시대, 우리 시민의 꿈은 지난 선거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주권자로서의 개개인의 가치를 명확히 인식한 시민들은 사람의 존엄, 그 가치의 회복을 지지하셨지요. 모두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무차별적인 경쟁은 그만하고, 상생, 공생의 지혜를 모으자고 선택하셨습니다. 때문에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복지의 확대, 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돌보는 행정, 사람 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자 서울 시정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반드시 ‘해아래 새것’이지는 않을 겁니다. 어떤 행정가나 정치적 지도자도 추구했을 목표이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이것을 새로운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척 늦은 것이지요. 진즉에 추구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늦어지면 모두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여 이루어진 합의입니다. 우리 사회의 절대적 약자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중산층마저 경계에 섰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가난을 경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쟁할수록 다수가 가난해지는 사회는 위험합니다.
행정의 지원은 확대되어야 하고, 복잡한 절차는 간소화하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복지의 사각지대를 지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행정과 정치의 중심에 ‘사람’이라는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얼마 전 발표한 ‘희망 서울 시정운영계획’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기본과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큰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 완성된 계획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위로부터의 계획은 현장에서는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희망 서울 시정운영계획’은 밑그림입니다. 그 그림을 채워나가는 것은 서울시와 시민,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 단체, 그리고 시간의 몫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중심에 세우고, 복지와 도시안전, 일자리 그리고 또 하나의 우주인 ‘마을’의 가치를 되살려 사람이 살기 좋은 진짜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박순성 : 새로운 시정을 펼치시려면 이전 이명박, 오세훈 전시장의 10년 시정에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장님께서는 서울시정에서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원순 : 도시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안 됩니다. 도시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서울시정 운영에 있어 그 무엇도 ‘사람’ 앞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 일’이 ‘성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으로는 지금 시민들이 갈급해하는 일자리를 마련할 방도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는 ‘사람’의 가능성에 기댄 복지와 문화, 창조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장’입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급한 일이며, 미래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박순성 : 시민운동가로서 공적인 일을 오랫동안 하셨지만 공직은 처음이신데, 시민운동가로서 본 서울시정과 시장으로서 보는 서울시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박원순 : 시민운동가나 서울시장이나 같은 공공의 이슈를 다루며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크게 다른 일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면, 서울시장은 직접적으로 시민 삶과 맞닿는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생깁니다.
특히, 서울시 업무를 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여러 가지 갈등이 얽힌 정책적 사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있어 이상과 목표뿐 아니라 현실적 여건과 안정성 역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지요. 정책적 사안을 풀어갈 때마다 시민과 실무자, 전문가, 시민단체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가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민운동가 출신의 시장’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고 ‘시민시장’다운 해법이겠지요.
박순성 : 시장님께서는 선진국의 지방자치 현장을 몸소 체험하시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생활정치와 지방자치를 어떻게 접목시키는가 하는 것인데요, 지방자치를 통해 생활정치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박원순 : 방안을 말씀 드리기에 앞서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을 돌아봐야 합니다. 어떤 언론인의 이야기처럼 내 일상에 스트레스 원인의 상당 부분이 정치에 기인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이제 시민들은 많은 경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슬로건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혹은 그 가치에 여전히 일부분은 갇혀 있다 하더라도 ‘주권자로서 나의 권리’, ‘나의 일상의 중요성’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지요. 때문에 정치도 행정도 탁상놀음에 머무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일례로 최근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가 늘게 된 것도 ‘반값등록금’, ‘일자리 문제’와 같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정치’의 흐름을 지방자치제도에 원활히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정에 ‘참여와 공유, 개방’의 원칙을 접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참여’의 프로세스가 갖춰질 때 시민들이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는 생활 정책이 탄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는 서울시가 가진 세계 최고의 IT망을 활용해 오는 3월, ‘소셜 미디어 센터’라는 이름의 시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일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시 홈페이지를 비롯해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혹은 제 트위터에 올려주신 의견은 ‘소셜 미디어 센터’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피드백 과정을 거쳐 ‘생활정책’의 자산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또한 서울시가 가진 수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생활정치의 보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겠지요.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고등학생이 만든 ‘서울버스’라는 앱 하나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편리를 가져다 줬습니까. 생각할수록 대단하지요.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데이터를 ‘열린 데이터 광장’을 통해 공개하고 시민들이 그것을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다시 시민들에게 공유하게 된다면. 이 과정 자체가 바로 생활정치, 생활정책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박순성 : 최근에 한미FTA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시기도 하셨고, 대북교류협력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시는 등 중앙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셨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치적,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해 특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원순 : 소통입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국민들 뿐 아니라 지방정부와도 불통의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한․미 FTA만 하더라도 이대로 비준되면 서울시 골목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들이 지배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 비준까지 중앙정부는 서울시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와 의견을 나누고 교류하는 과정을 제대로 갖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중앙정부에 ‘FTA 의견서’를 제출하고 중앙정부와의 정례적인 소통을 건의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서울시가 2004년 남북협력기금으로 조성한 200억 원 중에 현재 약 180억이 남아있습니다. 정부와 충분히 소통해서 협력한다면 경평 축구 뿐 아니라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길이 많을 것입니다.
그 뿐인가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매칭해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특히, 시민 주거 안정과 직결된 ‘공공임대주택’ 문제나 전세난 완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것이지요.
서울시도 중앙정부와 정책적 비전을 꾸준히 공유하며 소통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중앙정부도 이런 자세를 견지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가 이대로 비준되면 서울시 골목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들이 지배적입니다
박순성 : 서울시정에서 앞으로 꼭 해결하고 추진해야할 일들을 꼽으신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박원순 : 시정의 모든 분야가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고,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민들이 가장 절실해 하는 문제를 시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도시의 기반이 되는 복지, 안전, 일자리에 좀 더 집중적인 투자를 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은, 도시 기본 인프라 확충과 같은 토목사업은 중단 없이 해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대규모 사업은 사업우선순위, 재원조달 여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추진할 것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은 한 푼이라도 아껴 시민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덜어줄 복지에 우선 투자하도록 할 것입니다.
다음으론 그동안 ‘사후약방문식’으로 이뤄지던 안전 프로세스를 ‘사전 예방형’으로 전환해 나갈 것입니다. 기습적으로 몰려올 재난 재해의 위험은 물론이고 각종 삶의 불안요소들을 뿌리부터 제거해 나가려고 합니다. 특히 이러한 배려는 사회적 약자들을 우선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겠지요. 마을 기업, 생태 도시를 기반으로 한 도시 농업, 착한 기업, 1인 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또한 창조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성과를 거둘 때, 청년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일하며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평생 일자리 도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되겠지요. 일자리와 교육, 복지가 연계된 ‘생태계’를 일궈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지요. 이는 시민 개개인의 삶을 돌보는 행정의 존재 이유에 가장 걸 맞는 목표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시민들의 참여 아래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중장기 과제들이고요.
얼마 전 발표했던 ‘시정운영계획(5대 목표 15개 분야 285개 사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의 기반을 차근히 꼼꼼하게 오랫동안 다져갈 생각입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십시오. 그리고 누구라도 지혜를 나누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박순성 : 서울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박원순 : 제가 서울시장이 되고자 고민했던 이유도, 당선되었을 때 명심했던 초심도 한 가지였습니다. 시민은 주권자이고 시민이 시장이다. 어떻게 해야 시민이 주인 되는 서울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구체적으로 이러한 대명제를 현실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들이 내내 제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상징적인 의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 집무실을 보면 ‘시민시장’님의 자리가 항시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전자결재보고서의 맨 윗자리에는 ‘시민결제란’이 존재하지요. 어쩌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매 순간 제 자신을 각성시키고 우리 서울시 식구들에게도 이러한 가치를 잊지 말아 주십사 부탁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시민 여러분. 주인이라는 자리는 남이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보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부분이 훨씬 더 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서울시의 진짜 주인이 되시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의지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시민 여러분께서 저를 시장으로 세워주시고,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라는 슬로건까지 만들어 주신 것을 보면 아마도 그만한 각오들은 다 하시지 않으셨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 혼자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도 아니고요. 시민 여러분들께서 귀찮다고 하실 때까지 곁에서 묻고, 듣고, 정책으로 답할 것입니다. 그렇게 시민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 꿈꾸는 변화를 실현시키며 언제나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순성 : 서울시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여 선출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치인이기도 한데요. 이제는 정치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올해의 선거 결과로 2013년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시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발전방향은 무엇입니까?
박원순 : 첫째는 외교적 유능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국가가 외교적으로 유능해지는 것은 너무도 많은 것들을 절로 담보해줍니다. 반대로 이 능력이 떨어질 때 오는 국익의 손실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요. 외교적 무능과 부패의 부작용에 있어 국격은 이차 삼차의 문제입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내부적인 손실이 대체 얼마입니까. 외교만 잘 해도 국가 기반의 상당 부분이 튼튼해집니다. 최근 들어 이 문제는 화급을 다투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를 둘러싼 국가들의 면면을 보십시오. 이다음, 올해는 위기 아니면 기회로 기억될 것입니다. 외교적인 면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그리고 또 첫째. 어떤 국민도 소외시키지 않는 새롭고 다양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대다수를 희생시키고서라도 성장부터 하자는 논리는 언제 적 꽃노래입니까? 그 노래가 21세기에 어울립니까? 과연 그 논리가 성장을 가져왔습니까? 그리고 대체 누구를 위한 성장입니까? 그 무도한 논리의 폐해를 우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에 맞추어 절벽으로 행진하는 것이지요. 시대와 역사, 국민은 그 피리 소리를 멈추라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 공생과 상생이 가능한 다양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그 동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내라 주문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일을 해내야 하는 책임에서 어떤 지도자, 어떤 정치인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역시 첫째. 양질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포용력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국격을 높이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품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선행 조건이자 최고의 투자입니다. 이것이 바탕이 될 때, 외교적 유능함과 21세기에 어울리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국민적 의식 기반이 마련됩니다.
박순성 : 시장님은 시민운동가로서 도덕성과 소통에서 높은 신임을 받으셨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시장의 대임을 맡으셨습니다. 정치인과 정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소통인데요, 시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소통은 무엇이며, 또 소통의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소통은 최고의 시스템입니다
박원순 : 소통은 최고의 시스템입니다. 개인과 가정, 사회, 국가 간에도 그렇습니다. 고효율을 자랑하는 수단이지요. 소통이 잘 되면 많은 것들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인체에 비유한다면 기초 대사량을 높이는 일, 혹은 원활한 대사 순환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소통의 시작은 듣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하우는 그 대가를 의식적으로라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좋은 것이구나, 효과가 좋은 것, 힘이 센 것이구나’ 라는 것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좋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소통의 효과는 한 번 경험한 개인이나 사회는 의식적으로라도 다음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습관은 운명이 되겠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운명은 우리 모두를 좋은 내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박순성 : 지난 1월 15일에 민주통합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출대회가 있었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어 새로운 통합정당이 본격적으로 출범하였습니다. 시장님께서는 10.26 선거를 치루시면서 통합정당이 탄생하면 함께 하시겠다고 거듭 말씀하신 바 있는데, 아직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신지요?
박원순 : 변함없습니다. 그 이유 역시 변함없습니다. 더불어 통합에 앞서 이상적이라 밝혔던 정당에 대한 갈망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시기가 중요한 일인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 역시 모두에게 좋아야겠지요. 충분히 여러분과 더불어 논의하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순성 : 지금 민주통합당은 87년 체제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대임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님께서는 민주통합당의 가치와 비전은 어떤 것이어야만 하며 그 역사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원순 : 촛불은 꺼지기 직전에 가장 환하게 타오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지난 몇 년간은 식민지 경험과 분단 상황 이후 안게 된 우리 사회의 여러 병폐가 최고조로 타올랐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통합당은 숙명적으로 진화작업을 맡게 된 셈이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뒷수습 또한 민주통합당의 몫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진화는 물론, 새로운 불씨를 피워내는 일까지 그렇습니다. 그 일의 주축이 되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가치와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스스로를, 또한 서로를 연단하며 해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자칫 잔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진화 작업은 예민한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지난 역사에 대한 무조건 적인 부정이 아닙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덤벼들면 실수하고, 흉을 보다 닮습니다. 그렇게 병폐의 잔불을 옮겨 붙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내 책임은, 우리의 책임은 없었든가 매섭게 성찰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 안의 병폐에 대해 언제나, 늘 단호한 태도와 신념을 유지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민주통합당만이, 혹은 나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오류이지요. 이 위험한 오류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당의 진정한 추진력과 원동력은 포용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렇게 많은 이를 품에 안고 스스로 높은 뜻을 세우며 두 발은 현실에 굳게 디딘 민주통합당으로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소망합니다.
박순성 : 민주정책연구원은 민주통합당의 정당연구소 역할과 함께 정당과 시민사회, 정당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역할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희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한 기대, 서울시와의 협력관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원순 : 민주정책연구원이 실질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진짜 연구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결국은 결과물인데요. 제게 선물해주신 『IDP 정책연구』같은 경우엔 인상 깊게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게도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터뷰도 각계에 계신 다양한 분들과 진행하셨으면 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 다섯 명의 이야기만 심층적으로 종합 분석 되어도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능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그런 맥락에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글 너머의 것들을 담을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큰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도 ‘맨하탄 인스티튜트’라고 뉴욕에 있는 제법 큰 곳이 있는데 거기는 다이얼로그로 해서 리포트를 냅니다.
그리고 서울시에 도와주실 일도 정말 많습니다. 여쭤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베세토(BESETO)라고 있지 않습니까? 베이징, 서울, 도쿄 간의 일종의 협력 모델인데요. 그간 서울시 차원에서는 별로 관여를 안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한 것 같은데 서울시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의제를 제시하는 일부터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까지 거시적, 미시적 연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민주정책연구원과 함께 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그러니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 단순히 업무 협약을 하고 선언과 서명을 하는 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local to local’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큰 의미에서 외교는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요새는 그 개념도 많이 변화하고 있거든요. ‘local to local, people to people’ 많이 보편화된 개념입니다. 그래서 제가 언뜻 생각하는 것은 지금 사실 자매결연 맺어서 아무것도 안하는데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이동하고 교류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뭐가 있는지 연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매결연은 주로 비슷한 규모의 도시, 수도들과 하고 있는데요. 저는 수도 아닌 도시들도 협력도시로서 기획하고 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A 말고도 아일랜드의 ‘더블린’이라든지 ‘리믹스’ 같은 중소 도시들. 더 나아가 아프리카나 동아시아 지역의 도시들, 우리 서울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자매결연은 형식이잖아요. 오히려 상수도, 지하철과 같은 도시경영의 노하우가 각 도시들마다 많거든요. 서울도 물론입니다. 이런 것들을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도적 지원으로 그쪽 관리들을 서울시에 초청해서 교육 훈련시켜서 세계 각지에 친한파 관료들을 키울 수도 있겠지요. 지원도 하고 프로필도 얻고. 이런 것이 실질적인 교류이겠지요. 이런 일들을 민주정책연구원과 함께 해나갈 수 있다면 그 역시 얼마나 서로 좋은 일입니까.
박순성 : 오늘 인터뷰를 하러 왔다가 시장님께 숙제를 많이 얻고 가게 되는군요. 그러나 그러한 숙제는 흔쾌히 받아드리겠습니다. 저희 연구원이 서울시와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민주주의와 진보를 원하고 지지하는 민주당원과 국민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박원순 :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받으실 수 있는 복은 야물게 다 챙기십시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요. 주변과 더불어 다정하고 따뜻한 한 해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함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엄혹한 시련을 견뎌낸 많은 분들이 어떻게 그 길을 걸어가셨을까요? 누구보다 용감한 분들이었지만 일개인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께서 걸으셨던 길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대한 믿음, 국민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생애였습니다.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올까 또 생각해봅니다. 그 ‘믿음’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역사와 국민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을 품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작은 믿음도 싹트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랑이 믿음을 싹 틔우고 믿음이 그 사랑을 지켜나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내일과 서로를 위해 행동하게 되지요.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하게 삶을 지켜 오신, 더불어 깨어 행동해오신 모든 분께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밝아온 새해에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보다 튼튼하게 키워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행동해서 2012년을 기회로 기억되게 만드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박순성 : 예. 시장님께서도 2012년이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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