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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회의 쪽박을 깨다 - 거짓정권과 수구언론의 불륜 4년

1. 조중동이 탄생시킨 MB정권 4년의 모습은 ‘국정파탄’ 


4년 전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이다. 참여정부 5년을 ‘경제파탄’으로, 민주정부 10년을 ‘좌파 10년’으로 몰아 국민을 기망하고 MB의 허무맹랑한 ‘747 공약’과 ‘경제대통령’ 주장에 분칠을 입힌 수구집단의 나팔수가 조중동이다. 국민은 속고, 민주진보세력은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거짓말 후보에게 정권을 내줬다.


조중동 수구언론에 큰 신세를 지고 탄생한 MB정부 4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한마디로 곳곳에서 쪽박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쌓아올린 소중한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은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와 화합의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민간인 사찰, 백골단, 물대포 등 사라진 줄 알았던 군사독재식 국민탄압이 다시 출현했다. 4년간 무려 6번의 국회 날치기, 검찰의 무소불위식 횡포 등으로 의회와 사법부의 존재의미도 흔들리고 있다.


‘경제대통령’ 덕에 경제는 또 어떤가? 재벌 대기업 편향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폭등을 불러와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7% 성장은커녕 임기 내 4% 달성도 불가능해졌다. MB정부 마지막 해에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폭탄이 터진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라밖에서도 들려온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이 정권이 꿋꿋이 지켜온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정부 곳간이 거덜날 지경에 이르렀고, 갈수록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약해지고 있다. 국민들은 빚만 늘었고 거꾸로 가는 복지정책과 교육정책 때문에 민생은 그야말로 파탄직전이다. 남북관계는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위기와 불안이 지속되어 왔다. 한마디로 총체적 국가파탄의 4년이었다. 해방 60년 만에 처음으로 ‘국운(國運)이 기울고 있다’는 걱정까지 들려온다.


 


2. MB정권하의 언론도 위기 또는 재앙을 만났다 


언론이 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4년간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거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은 권력에 장악된 채 길들여졌다. 이미 스스로 권력화한 조중동 수구언론은 정권 홍보에 더욱 열을 올렸다.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막중한 책임을 내팽개친 채 권력과 손잡고 사익(私益) 추구에 몰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인들이 보여준 모습도 참담하다. 국민을 속이는 권력의 품에 스스로 뛰어들기도 하고 알아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생산하기도 했다. 국민을 탄압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을, 언론인들은 비판하지 않고 순응해갔다.


조중동은 결국 권력으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 종합편성보도채널, 즉 종편이다. 하지만 조중동 종편 출범은 언론 생태계 전체의 엄청난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권과 언론의 야합이, 민주주의와 한국경제와 민생의 파탄만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사실 MB정부 4년 만에 닥친 언론의 재앙과 위기는 종편 출범에 의한 위기보다 더 근본적이다. 언론과 언론인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시청자와 독자는 이런 언론들의 보도를 별로 믿지 않고 있다. 조중동 기자는 물론이요 KBS, MBC 방송사 기자들도 최근 취재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국제적인 언론 감시단체들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대폭 낮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문구독 부수는 계속 하락하고 기자들은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이렇게 신뢰를 잃은 언론이 과연 언론으로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언론장악에 나선 MB정권과 그 나팔수를 자임한 조중동, 그리고 정권에 길들여진 KBS, MBC 같은 이른바 ‘주류언론’ 스스로 초래한 위기요 재앙이다.


 


3. 언론의 굴욕 (1) : ‘프레스 프렌들리’와 ‘정권 프렌들리’ 


MB정권 4년간 벌어진 한국 언론의 굴욕사를 말하려면 숨이 차다. 이 정권은 출범하기도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언론인 성향분석’ 보고서 작성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나 보도가 나가면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전화해 불만을 표시하며 압력을 행사하려 들었고, 툭하면 소송 위협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을 겁줬다. 출범 전부터 그랬으니 출범 후의 일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MB정권은 출범과 함께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를 표방하면서 언론에 호의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참여정부가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표방하면서 조중동 등 수구언론과 주로 갈등을 일으켜 왔던 데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었다. 참여정부는 수구언론 조중동에게 임기 5년 내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국민들에게서 ‘왜 언론과 싸우려하나’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사실 정권에 적대적인 언론에게까지 언론자유가 마음껏 보장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참여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거나 협박하거나 억누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B정부가 표방한 프레스 프렌들리 정책은 실상 방송 장악과 친정권 매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중도적 언론에 대한 회유, 반대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났다. MB정부가 출범과 함께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였으며, YTN과 MBC에도 친정권 인사를 사장으로 밀어 넣으면서 방송장악에 거침없이 나섰다. 공영방송 KBS는 노골적으로 정권 홍보에 나섰고 MBC, YTN도 권력 비판의 칼날은 무뎌졌다.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조중동 수구언론은 정권 감싸기를 넘어 아예 비판 언론과 여론을 직접 공격하고 억누르는 역할을 자임했다. 이런 언론을 두고 ‘주구(走狗) 언론’이란 표현을 쓴다. 조중동은 4대강 사업, 미디어악법 날치기 처리와 같은 반정부 이슈는 거의 다루지 않거나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기사로 때웠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한미FTA 등으로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이들은 색깔론으로 덧칠해 정부 비판여론을 왜곡-호도하고 억눌렀다. 정권의 ‘프레스 프렌들리’에 대해 방송과 조중동은 ‘정권 프렌들리’로 화답한 것이다.


비판언론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괴롭혔다. 뒤에서 겁박하고 조작하려 한 사실도 하나씩 드러났다. 요컨대 MB정권 4년의 언론정책은, 첫째 방송언론 장악과 길들이기, 둘째 친정권 매체와의 야합, 셋째 비판 언론과 국민여론 탄압으로 요약된다. 4년간 언론계에 벌어진 일만 보면 마치 과거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이 다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4. 언론의 굴욕 (2) : ‘김비서’(KBS)방송과 ‘MB씨’(MBC) 방송 


MB정권의 방송 장악은 주도면밀하고 집요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칼을 빼면 조중동이 마이크를 잡았다. 출범직후인 2008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좌파 척결’을 언급하자 조중동은 하루만에 ‘각계 요직 구정권 인사들 사퇴해야’ ‘DJ-노 추종세력 사퇴해야’ 등의 기사로 맞장구 치는 식이었다. 방송장악은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에 MB의 측근이자 대선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을 사장으로 내려 보낸 발상이 놀랍다. 하루 종일 뉴스 보도를 일로 삼는 보도전문채널 사장에 낙하산 인사를 투입한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보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발상이다. 노조가 반대투쟁을 벌이고 심지어 자기 뉴스 생방송 중에 ‘낙하산 사장 반대’피켓을 든 시위 장면을 내보내긴 했지만, 결국 노조원들 파면과 징계로 이어졌다. 해고된 언론인들은 아직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KBS 장악과정은 이보다 더 끔직했다. 정연주 사장을 아예 처음부터 타깃으로 찍고 경영부실 같은 혐의를 억지로 뒤집어 씌워 몰아낸 뒤, 기다렸다는 듯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사장을 갈아치웠다. 감사원이 정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을 요구하자 친한나라당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회는 3일 만에 해임제청을 의결했고, 대통령은 또 3일 만에 초법적 해임권을 행사해 정 사장을 쫓아냈다. 미리 짜여진 일사불란한 작전이나 다름없었다. 조중동은 일제히 정연주 사장에 대한 근거 없고 일방적인 음해 기사를 마구 쏟아내 정권의 KBS 장악에 힘을 보탰다. 정연주 사장이 나간 자리에는 김인규 같은 친 MB정권 사장으로 채워졌다. 정연주 사장 사퇴에 반대했던 동의대 신태섭 교수는 해임통보를 받았다.


공영방송의 역할, 아니 방송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KBS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서글프다. MB의 일방통행식 라디오 연설이 시작됐으며 4대강 사업 미화 방송, G20 홍보방송, 독재자 이승만과 친일파 백선엽 다큐 방송 등이 이어졌다. 9시 뉴스는 5공시절 ‘땡전뉴스’를 연상시킬 정도의 정권 홍보 뉴스로 전락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G20행사 관련 방송은 지난 2011년 11월 행사를 전후해 무려 60여편이나 편성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휴일 저녁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보던 ‘열린음악회’까지 G20이나 4대강사업과 연관된 관제방송으로 전락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와 시사보도는 사라졌다. 반정부 성향을 보인 방송인 김미화는 자신이 ‘KBS블랙리스트’에 올라 출연이 금지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시사고발프로인‘추적 60분’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이 제작국장의 반대로 방송되지 못한 적도 있다. 조현오는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를 주장하며 막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작진은 “국장에 의해 아이템이 엎어지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어용방송 또는 사익(私益)방송으로 전락한 공영방송 KBS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시청료 인상에 반대한 야당 최고위원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은 공영방송 KBS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민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국회 문방위 회의장에서 긴급 총회를 열자 KBS 기자들은 회의장에 몰려가 방송용 카메라를 세워놓고 민주당 당직자와 말싸움을 하는 등 사실상 의회를 압박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시민단체들은 KBS에 대해 ‘3류 사이비언론의 행태’라는 비평을 내놓았고, 야당 도청 의혹을 접한 젊은 KBS 기자 160여명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다”고 절규했다.


MBC는 또 어땠는가? 2010년 방송문화진흥회는 청주MBC 사장이던 김재철과 다른 2명을 신임사장으로 추천하고는 주총 10분 만에 김재철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MB와 ‘각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던 김재철이 사장이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 내막이 폭로됐다. 방문진 이사장 김우룡이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MBC 사장의 첫째 기준은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며, 김재철의 역할은 ‘좌파 청소부’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재철이 사장에 선임된 뒤 ‘큰집’에 가서 ‘쪼인트를 까였다’는 말도 했다. 이 또한 군사독재 시절에 나올 법한 스토리다. 언론인으로서 수치와 모멸도 잠깐이었고, 김재철 사장의 MBC는 신경민 앵커 하차와 김미화 등의 방송인 잇단 출연 취소로 이어졌다.


MB정권의 방송장악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임기초인 2008년 11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던 신재민은 출입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왼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가운데만 갖다 놔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는 “모든 방송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라 KBS에 한정된 말”이라고 말해 또다시 문제가 됐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며 MB의 대선캠프 출신으로 방송장악을 주도했던 신재민은 2011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5. 언론의 굴욕 (3) : 청와대의 ‘마사지’와 여론 옥죄기  


MB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와 언론 탄압이 방송에서만 나타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엠바고’(Embargo)니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니 하는 것들을 남발하면서 언론 통제에 나섰다. 엠바고는 취재원이 제공한 사실을 일정기간 보도하지 않을 것을 기자와 약속하는 것을 말하고, 오프더레코드는 보도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모두 국익 또는 공익에 필요하거나 취재원 보호가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 해당되며 양쪽의 일정한 합의에 의해서만 유지된다. 2008년 5월 청와대 출입 기자였던 의 김연세 기자가 출입정지 한 달의 중징계를 받았다. 보도약속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한미 쇠고기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던 시점에 김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기간 중 CEO들과 간담회에서 한미쇠고기협상 타결을 정부 공식 발표 전에 먼저 알렸는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 대통령의 쇠고기 관련 발언을 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웃으며 박수치는 걸 국민이 보면 기분 좋겠냐”며 발언을 빼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MB가 독도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기자들에게 “일본에도 정치적 이유가 있으니 독도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가 이동관 대변인인 뒤늦게 엠바고 요청으로 보도를 통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출입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1년에도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과 관련한 국방부의 엠바고를 깼다며 등 출입기자 등록을 청와대가 나서 아예 취소한 사례가 있다. 가 이동관 대변인이 거짓 위임장을 만들어 농지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려하자 직접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빼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이동관 대변인은 이렇게 잦은 보도 개입 때문에 ‘마사지 전문가’로 불리운다. MB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했다가 문제가 되면 스스로 ‘내가 마사지한 것’이라며 의미를 왜곡하기도 했다. EBS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지식채널e’는 17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을 다뤘다가 청와대의 전화로 방송이 중단된 적도 있다. 이게 MB정부 ‘프레스 프렌들리’의 실체다.


비판언론은 물론 비판여론에까지 마구잡이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경찰-검찰력을 동원해 언로를 틀어막았다. MB정권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광우병 위험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이 검찰에 구속됐다. 정운천 전 농림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PD수첩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정보원은 2010년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민간사찰을 하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을 들어 역시 명예훼손으로 2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했고, 김종훈 통상산업본부장도 2011년 한겨레신문에 같은 혐의로 3억 원짜리 민형사 소송을 냈다. 검찰은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을 벌이던 네티즌들에게도 압수수색,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뒤 아예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터넷 포털에 전화 걸어 MB에 대한 비판댓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도 서슴지 않았다. MB정부의 언론탄압은 이렇게 비판 언론사든 네티즌이든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6. 정권과 야합하고 사익(私益)에 눈먼 조중동  


MB정권 탄생의 공신인 조중동에게 공정보도나 권력감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정권과 손잡은 친정부 매체의 편향성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나 2011년 말부터 터져 나온 MB 친인척-측근의 비리에 대해 예리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편파보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한 두 가지 예만 들어본다.


MB정권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에서 보여준 조중동의 이중잣대가 대표적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혹독한 비판을 날리던 그 기자정신이 왜 MB정권에서는 그토록 무뎌졌을까? MB정부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논문표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기피 등 파렴치한 행태를 비껴간 자가 없었지만 이를 집요하게 취재하고 비판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위장전입 소동은 이제 그만두자’거나 ‘계급적 증오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거나 ‘흠결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부도덕하고 불법을 저지른 공직자 후보를 감싸고돌았다. 참여정부 시절과 MB정부 시절 조중동이 어떻게 얼굴을 바꿨는지 비교해보자.







 


“최고위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일부 내정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 대통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국회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2006.2.9. 조선일보 사설) 


==>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검증보다는 후보자 흠집내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직 후보자 검증에서 도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2009.9.15. 조선일보 사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신뢰도에 큰 흠집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스스로 위장전입 여부를 포함한 부동산투기 의혹에 관해 명명백백하게 실상을 밝혀야 한다.”(2005.3.1. 중앙일보 사설) 


==> “엄격한 잣대로 털어내다 보면 흠집 없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외


면할 수 없는 현실... 공직에 봉사하고자하는 사람은 자기관리를 잘 하자.”(2009.9.15. 중앙일보 사설) 


“약간의 흠도 최(영도)위원장에게는 무겁다.” (2005.3.19. 동아일보 사설)


==>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에 대해서 당시의 잣대로도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인지, 공직에 공헌할 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도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2009.9.14. 동아일보 사설)


 


조중동의 말바꾸기 사례를 한 가지 더 들어본다. 조중동은 이른바 ‘괴담’에 대해 두드리기 반응을 보여왔다. 2008년 광우병 논란 당시 네티즌 사이에 돌던 여러 추측에 대해 MB정권이 ‘검증되지 않은 루머’라며 이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하자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면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초기 조선일보가 보도한 ‘인간어뢰’주장(2010.4.22)은 무엇인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참여정부 시절 북핵사태가 벌어지자 방독면 구입과 착용 방식까지 낱낱이 보도하며 불안감을 키우던 기사는 또 무엇이었나? 조중동의 이런 왜곡, 편향, 날조보도가 언론의 위기를 불러왔다. 정권과 야합해 이성을 잃고 말을 바꿔대는 언론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7. 다시 언론의 위기, 언론인의 위기



거짓말 정권에 야합한 대가로 조중동은 종편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언론계는 조중동 종편을 ‘선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재앙’으로 여긴다. 이미 여론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수구-보수 편향의 조중동이 방송까지 진출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여론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중동 종편이 광고시장을 혼탁하게 흐려놓아 중소 언론사들이 고사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권과 언론의 야합으로 여론시장과 미디어산업은 황폐화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MB정부 들어 방송에 대한 신뢰 붕괴는 언론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과 야합한 조중동의 극악스러운 왜곡과 편파, 조작보도로 국민들은 과연 기존 언론이 언론다운 역할을 해 낼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MB정부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가 2011년 5월 발표한 ‘언론자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2010년 67위의 ‘자유국’에서 2011년 70위의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됐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순위에서도 2007년 39위에서 2009년에는 69위로 추락했다. 조중동 같은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의 비율(67.8%)이 인터넷신문 독자비율(77.9%)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된 통계가 2011년 겨울 통계청에서 발표됐다.


언론의 위기 또는 언론 신뢰의 위기는 오만하고 부도덕한 정권 탓이기도 하지만, 언론 또는 언론인의 책임도 크다. 정권이 장악한 방송사 기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납작 엎드리거나 정권이 원하는 취재와 보도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조중동 수구언론은 부도덕한 정권보다 더 부도덕하게 여론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면서 ‘사익추구 집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조중동 기자들 가운데 누군가 이런 왜곡과 편파 보도를 거부하고 저항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많은 기자들이 정부의 출입처 제도가 제공하는 편의와 특혜를 나눠먹고 정권의 비판 자제요청(엠바고-오프더레코드 같은)을 받아주는 데에 더 익숙해져 있다. MB정권 들어 이런 일은 더 잦아졌다.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차관을 지낸 신재민(조선), 김두우(중앙), 홍상표(YTN)가 최근 부도덕한 금품수수 의혹을 사고 있는 것도 언론인 스스로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 데 일조했다.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300일이 넘게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분노보다는 연민을 느낀다”고 한 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언론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그래서 태어난 게 ‘미네르바’고 ‘나꼼수’다. 조중동과 KBS, MBC 등의 ‘주류언론’이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언론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은 이런 언론을 버리고 새로운 언론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위기에 빠진 언론을 구해내는 데에, 언론 스스로 변화와 개혁에 나서기를 기다리는 게 빠를까, 아니면 오만하고 부도덕한 정권을 교체하는 게 빠를까.


 


 


 


 * 본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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