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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現象)”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한국 정당정치가 위기다.”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의 정당과 정치가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대한민국 파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정당 중 가장 높은 민주당조차 17위에 불과했고, 한나라당은 20위 밖이었다. 만성적 정당정치의 위기다. 그럼에도 “안철수 현상(現象)”으로 불리는 지금 진행 중인 상황은 그 동안 우리의 정당과 정당정치가 겪었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국 정당정치가 ‘제도권 밖 정치’에 의해 대체(代替)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밖 정치’는 바로 ‘시민정치’다.


대표적 사례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물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야구의 포스트 시즌처럼 민주당 후보가 준(準)플레이오프는 통과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0년 전통의 제1야당 민주당”이 선거에 ‘처음’ 나선 시민후보에게 패한 것은 충격이었다.


민주당은 10월 3일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막판 역전승을 기대했다. 조직력에서 당(黨)이 앞서기 때문이다. 경선당일 오전 일부 “동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후부터 동대(東大)입구 전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었다. 놀란 것은 박원순 후보도 마찬가지. 박원순 후보 측 조차 “우리를 지지했던 8천 여 명 중 시민단체, 지역 풀뿌리 조직 그리고 지지모임 등에서도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이 약 2-3천 명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은 자발적 참여자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였고, 그 분출구가 바로 박원순 후보였다.


기성(旣成)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의 징후는 계속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이 “시민후보”에게 패한 것은 ‘단기적 징후’에 불과하다. 무당파(無黨派) 비중의 지속적 증가는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의 ‘중기적 또는 장기적 징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지정당 없음”이 70%에 달하기도 했다. 무당파의 증가는 기존 정당과 정당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계속 불만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표율은 계속해서 하락했다. 1987년 대선의 투표율은 89.2%였다. 이후 대선에서의 투표율은 계속 하락하여 2007년 대선의 투표율은 63%에 불과했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이미 50%이하다.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투표율에서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총선도 50%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기성정치는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게 되었을까? 국민들은 왜 “시민정치”에 열광했을까? 시민정치는 우리의 대안인가? 앞으로 한국의 정당과 정당정치는 어떻게 될까?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과 정당의 ‘사익(私益)우선, 기득권 수호 그리고 불통(不通) 정치’에 반발한 것이다. 강용석 의원 제명안(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그 만한 이유 있음’을 말한다. 시민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주어진 ‘자정(自淨)’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한 대한민국 정치를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로 상징된 ‘시민정치’는 기성정치와 달랐다. 그가 보여준 것은 ‘공공성(公共性) 우선(優先)’이고 ‘자기희생(犧牲)’이었으며 ‘공감(共感)’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보다 훨씬 좋은 “스펙”을 가졌음에도 취업도 어렵고 살기도 고통스러운 2030세대에게 그는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다. 불만의 대상이었던 기성정치의 대안(代案)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은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85개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된 “Occupy Wall Street"가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계속된 삶의 어려움에 직면한 대다수 세계시민들은 이제 기성정치가 그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정치 불(不)복종”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지 오래된 기존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들였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약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80%를 넘는다.”는 최근 조사결과도 있다.


전 세계적 대의제 위기에 우리는 해답(解答)을 찾았다. 물론 일시적 답이다. 그것은 ‘시민정치’다.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그 증거다. 기성정치에 대한 대안(代案)으로서의 ‘시민정치’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알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의 성공여부, 안철수의 향후행보 등등. 많은 변수가 앞에 놓여 있다. 또한 기성정치도 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쇄신’ 야권은 ‘통합’이다. 야권통합은 일단 “중(中)통합”과 “소(小)통합”이 이루어졌다. 궁극적으로 야권연대 또는 ‘대(大)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출범은 서울시장보궐선거 전후 야권의 ‘대표성(代表性)’위기를 겪었던 민주당에는 기회다. 일부라도 ‘시민정치’세력을 끌어안아 야권의 군소정당 중 하나로 전락할 위기를 일단은 극복했다. 분위기도 야권에 우호적이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하고 정권 교체론에 대한 지지는 60%를 넘으며 10명 중 6명 이상이 현(現) 정권 심판론(論)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야권통합에 대한 지지도 높다. 정권교체와 심판 그리고 ‘야통(野統)’에 대한 지지가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가 낮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지지 35.4%, 반대 18.9% 그리고 관심 없다 40.1%”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60%가 민주통합당에 무관심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야통(野統)’에 대한 공감대는 넓게 형성되었으나 정권교체의 대안(代案)으로서 민주통합당은 아직 아니라는 뜻이다. 좋지 않은 소식 하나 더. “내년 양대선거에서 모두 한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0명 중 세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행동하는 무당파, 스마트한 중도층, 그리고 중도·무당파”의 선택도 알 수 없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두 가지다.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정치의 공공성(公共性) 회복(回復)’이 필요하다. ‘사익과 기득권 수호의 정치’가 아니라 ‘시민 삶의 문제해결에 중심을 두는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시대정신(時代精神)’으로 나타나야 한다. 2012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할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다음은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누구와 함께? 둘째는 ‘문제 해결력’ 중심의 조직운영과 충원이다. 조직 중심의 정당운영은 이미 퇴행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제는 ‘동원’으로 ‘자발적 시민참여’를 이길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충원은 공천이 핵심이다.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국민참여를 지향하는 모두가 ‘공감(共感)’할 수 있는 공천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태(舊態)정치의 청산과 새 정치 요구의 “안철수 현상(現象)”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우리 정당과 정당정치가 시민들의 변화요구를 무시한다면 언제든 반복해서 일어날 일이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은 없을 것이다. 그 때는 대체(代替)다. 정치권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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