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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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깨어나다

일상생활의 모든 스트레스 뒤에는 항상 정치가 있다고 했다. 완결한 자유언론을 추구하는 팟캐스트 나꼼수 김어준 총수의 말이다. 현재 삶의 문제를 파고들면 이는 곧 정치문제로 연결되고, 고통의 원인 역시 정치에서 비롯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절실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이런 공식의 답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10년 정부 동안 젊은이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삶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특히 정치 문제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학업문제, 취업문제, 결혼문제, 게다가 경제문제까지 이 모든 것이 결국에는 정치 시스템과 정치 문제 그리고 그 정치를 운영하는 주도세력의 실용주의적 이익추구의 결과물이라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이 자신의 앞가림과 노력의 문제라 치부했던 현실에 대한 구조적 변화의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 정부의 행태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들이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라기보다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이나 정치환경 때문에 유발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정치의식의 발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공정한 경쟁사회에서 노력의 높이만큼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맹목적 신뢰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그러나 현재 사회는 이미 불합리한 룰을 가진 사회였다. 경쟁은 의미를 잃고 노력과 결과의 조화는 경제력과 성공의 비례관계로 대체되었다. 돈이 없으면 교육환경 자체가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의 룰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룰 자체를 공정하게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사실 기존 언론이나 사회프레임은 아직도 좌우이념 대립이나 지역적 대립 체제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사회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대립 체제로 넘어온 지 오래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으로 대단하게도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 체제는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이전의 대립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라는 것은 진보이든 보수이든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상식의 모든 소통의 창구를 애초에 열어 놓지 않았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현재의 젊은이들은 고착화된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대립 그리고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 구도를 더 이상 인고하지 않기 위해 투표로서 현 정권을 심판하고자 한다. 4.11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이들을 위해 정치전문가 그리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정당들의 정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정치에 대한 목소리와 힘을 결집시켰다. 이들의 소통 창구에서 나오는 집단지성의 소리가 올바른 민의를 반영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그들의 변화된 정치의식 수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그들의 요구에 맞춰 높은 정치 수준으로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MB정권심판론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던 몇 달 전 과는 다르게 여당 특유의 물타기와 야당의 공천문제, 경선과정들로 선거 분위기가 얼룩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회의론이 도는 듯하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은 아직도 유효하며, 민심 그 중에서도 젊은 층들의 표심을 결집시킬 수 있는 대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그들의 염원은 야당에 대한 더 많은 노력을 아직 기다려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깨어난 의식들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한 번 더 손을 잡아줘야 한다. 노회한 정치꾼의 방식이 아닌 상식적 수준에서 소통할 수 있는 의식이 깨어있는 이들의 리드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들에게는 지금 확고한 명분이 필요할 뿐이다.










민주정책연구원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에 이희호 여사께서 기증하신 뱅갈 고무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곳에 푸른 새싹의 기운이 돋아났다. 새싹이 자라나서 잎이 되고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고 다시 거목이 되듯이 힘든 시기에 돋아난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은 자라 사회의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어 사회의 중심이 된다. 10.26 부정선거 의혹사건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같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들에 있어서조차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모르쇠, 남탓, 양비론 등으로 일관하는 여권의 여론몰이는 이 의식들을 혼탁하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야권연대의 결집을 공고히 하고 여권의 자극적인 여론몰이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앞선 대응을 통해 강력하게 현 정부를 심판하려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당한 명분과 제대로 된 통합으로 그들의 발현된 정치의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