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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19대 총선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예비경선, 쟁점의 실종 그리고 영남의 분화


 


1. 들어가는 말
4월 11일에 실시된 제19대 총선결과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보여주었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란 여당에게는 성공을 야당에게는 실패를 말한다. 이 글의 목표는 어떻게 그리고 왜 이같이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총선처럼 중대한 현상의 발생은 국면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의 결합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상호 무관하지는 않지만 직접적 영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국면적 요인은 미디어의 전유물이다. 국면적 상황의 배경은 정부 여당의 인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중심제 정치에서 대통령 인기가 지난 몇 년 동안 20-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조건에서 실시된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도 야당으로 하여금 반사이익의 극대화 전략을 선택하도록 유혹했다. 정부의 국정수행이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야당은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지기 쉽다. 여당은 정반대로 현실을 직시한 듯 위협감을 느끼면서 응전했다. 여당의 위기감은 원희룡 같은 중진의 조기 불출마와 통합민주당과는 달리 공천탈락의 후유증이 크지 않았던 점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국면적 상황은 장기적으로 구조적 요인과 끈을 닿고 있다. 한국정치의 현 국면을 원천적으로 리드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불안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지난 15년 이상 누적되어왔다. 한국경제가 세계화의 와중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소득분배구조가 개선되기 보다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양극화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양극화는 중간층의 분해를 뜻한다. 신체적으로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층은 일반적으로 안정을 추구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자신을 엄습하면 복지정책을 요구하는 집단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18대 총선 투표율보다 높았던 것은 양극화 속에서 위기감을 느낀 중산층과 젊은 투표자가 대거 투표소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자신의 한 표를 통해 자신의 요구를 표출했다. 정당의 역할은 사회적 관심을 쟁점화시키는 것이다.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쟁점을 제공하지 못하면 투표장은 썰렁하다. 이러한 국면적 그리고 구조적 환경 하에서 실시된 19대 총선은 여당에게는 아주 불리한 반면 야당에게는 호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국면적 및 구조적 상황에서 예측되는 것과 상반되었다. 여기에 행위자의 몫이 남아 있다. 불리한 지형에서 출발한 새누리당은
일사불란한 전략으로 승리한 반면 유리한 고지에서 캠페인을 벌인 민주통합당은 쟁점을 제시하지 못한 전략적 실패로 대패했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결정적 패착을 범했다. 첫째는 예비경선이 가져올 심대한 정치적 결과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최근 한국의 정당은 투표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앞다투어 예비경선을 도입해왔다. 예비경선이 본격화되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동원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동원은 잠재적으로 당내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경선의 도입으로 젊은 투표자의 참여는 후보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비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벌이는 계파별 경쟁은 소통의 강화라는 본래 목적과는 다른 폐해를 낳았다. 예비경선은 정당의 조직으로서의 측면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다른 한편 활동가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점에서 중간투표자의 선호와 멀어진다. 지역활동가는 자발적으로 정당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일반 유권자는 물론 평당원보다 훨씬 급진적 정책을 주장한다. 적극적 활동가의 역할은 인터넷과 SNS의 보편화로 인해 더욱 확대되었다(Wlezien 2010). 이는 “나꼼수”가 선거과정에 한 역할에서 잘 드러났다.   



나꼼수 효과는 예비선거를 통해 예견될 수 있었다. 예비선거는 조직으로서의 정당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미쳤다. 선거는 참여자의 목소리만이 반영되는 행사이다. 특히 관심이 저조한 당내 예비경선에서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이 후보를 만든다. 현재 경선의 와중에 있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 티파티가 어떻게 공화당 후보를 결정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예비선거는 참여를 장려하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장점이 있지만 당내 참여가 광범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극소수의 활동가가 후보결정과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한명숙 대표가 김용민 후보를 사퇴시키지 못한 이유도 “무려 20만”이나 되는 ‘미권스’ 회원들을 의식해서였다.4) 정봉주가 주도하는 나꼼수는 민주통합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주통합당의 티파티이다.  
두 번째 패인은 선거에서 키워드 역할을 하는 정책 쟁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앞에서 말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되는 복지정책과 같은 사회경제적 쟁점을 선거의 핵심 화두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은 두 가지 면에서 구조적 문제해결이 취약했다. 하나는 현정부의 심판이라는 반사이익에 몰입되어 시민의 ‘반MB 정서’를 민주통합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로 착각했기 때문에 복지 등 민생문제를 이끌어내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더 중대한 부분인데 능력의 부재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지역주의 정당으로서 소선거구제에서 최소한  3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한 탓에 투표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정치 본류가 아닌 교육감 선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교육복지가 핵심쟁점이었던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의 승리는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줬다. 이후 복지는 한국정치를 포퓰리즘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민주당은 교육감 선거가 던진 화두를 곧 망각해버렸다. 역으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복지’를 제안함으로써 민주당이 하지 못했던 중간층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먼저 분석을 위한 배경으로서 제19대 총선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도출된다.
첫째,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함으로써 과반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25석이 적은 127석을 차지했다. 간단히 말해 의석수에서 여당의 완승이다. 둘째 특징은 여당은 지방에서 야당은 수도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지야수(與地野首) 현상이다. 여당은 영남은 물론 강원과 충청지역에서 강세를 보임으로써 지방의 지지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겨우 26석을 가졌던 민주통합당은 이 번 선거에서는 65석을 얻음으로써 43석을 얻는데 그친 새누리당에 압승을 거두었다. 통합진보당이 수도권에서 확보한 4석을 더하면 야권의 수도권 의석은 69석이다. 셋째, 비례대표의 지지가 과거 총선과는 현저히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교육감 선거는 구조적 변화를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표출했다. 줄어드는 소득에 늘어나는 학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서민과 중간층이 대거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으로 몰려갔다. 10%대의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교육개혁을 바라는 시민이 지지한 결과이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다음 장에서는 투표율의 정치를 논의한다. 투표율이 우선 민주주의의 정책적 성과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현실적으로 각 당의 득실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둘째 부분은 선거결과를 ‘여지야수’의 관점에서 지역주의 정치의 명암을 분석하고 전국정당화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마지막 부분은 이번 선거에서 왜 사회복지가 실종되었는지를 논의하고 향후 한국정치가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를 놓고 정책대립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2. 정치참여와 정당득표
민주당은 선거직전까지 투표율에 조바심을 표출했다. 새누리당도 정반대의 시각에서 투표율 상승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했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높으면 승리할 있다는 가정에 몰입되었다. 투표율은 누구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평등을 지향하는
점에서 민주주의 핵심가치이다.7)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필요와 선호를 표현함으로써 정부의 정책방향에 영향을 준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투표의 역할이자 효용이다. 그러나 투표행위는 비용을 수반하며 비용을 감당하는 필요한 자원
은 각 개인 마다 다르기 때문에 투표행위는 평등하지 않고 불균등하다. 투표에 자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자원이 많은 유권자가 그렇지 못한 유권자보다 투표장에 더 자주 간다. 고속득층의 투표율이 저소득층보다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높은 투표율은 각 개인이 참여의 요구가 왕성한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표율이 정당의 득실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투표 직전까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정치참여가 부진하여 OECD 21개국에서 한국의 투표율은 15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문다.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제18대 총선 투표율보다는 높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참여율이다([그림 1]).
2008년 선거보다는 높아졌지만 하향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민주주의가 참여의 측면에서 건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정치참여는 시민의 선호가 정부의 정책방향에 영향을 주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작동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선거에 비해 참여가 늘어난 것은 선거 막판에 발생했던 현상 때문으로 추측된다. 크게 보면 네 가지 요인으로 쟁점이 빈곤했던 19대 선거가 갑자기 달아올라 투표율이 상승했다.
첫째, 부산지역이 문재인과 안철수의 등장 이후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를 지지하던 부산이 과거의 패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문재인 후보가 대권후보로 거론되면서 부산지역에 대한 호기심은 더 많아졌으며 이는 19대 총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둘째, 소위 불법사찰에 대한 의혹이 확대되면서 야당은 19대 총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으로 키웠다. 총리실 사찰에 대한 조사가 갖가지 의혹을 자아내면서 선거와 맞물려 반여당 정서로 발전했다. ‘정권심판론’은 집권당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이용한 전략으로서 여론은 1월 이후 민주당 지지도를 상승시켰다. 1월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과 혁신’을 기반으로 당권을 장악한 한명숙 체제는 그 귀결이었다. [그림 2]에서 보듯 3월 초 정당지지도는 50%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했다 개혁의 노력은 문재인의 꾸준한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1월 중 문재인의 인기도는 14%에 불과했으나 선거를 한달 앞둔 3월 7일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후보의 인기 46.2%로 박근혜에 대한 지지(41.2%)보다도 상회했다 이후 문재인의 지지가 약화되면서 안철수의 지지가 올랐다. 3월 24일 조사는 안철수의 지지도(44.7%)는 박근혜(42.2%)를 초과했다. 박근혜 지지의 약화는 새누리당에게 충분한 위기감을 주었을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 역시 당명을 개정하는 한편 박근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셋째, 민주당이 노원갑에 초빙한 김용민 후보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하면서 했던 일련의 욕설발언이 공개되면서 모든 관심은 김용민의 입으로 쏠렸다. 여당에게 악재였던 총리실 불법사찰 문제는 김용민 ‘막말발언’ 파동으로 사라졌다. 끝으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체제로 전환한 후 반MB 정서의 확산에 대처하는 총선에 총력을 경주함으로써 전통적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투표율은 구조적 요인이기 보다 현상적 요인에 의해 지난 18대 총선에 비해 7.5% 가량 상승할 수 있었다. 사실 양당의 전략은 이미 선거 전 여론조사를 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양당의 개혁노력으로 양당의 지지도는 가파르게 3월 들어 상승했다. 3월 28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제치고 1위로 도약한 후 이는 선거 직전까지 이어졌다. 4월 2일 선거학회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의 지지는 각각 29.4%, 22.4%, 14.1%로 박근혜가 1위을 지켰다. 정당지지도 역시 비슷한 곡선을 따랐다. 민주통합당은 ‘통합과 혁신’ 이후 내내 10%대 머물던 지지도는 3월 초 40% 이상으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한명숙 체제의 공천실패 등 전략미스로 인해 민주당 지지도는 3월 내내 하락하여 선거 직전인 4월 2일에는 20.7%로 하락했다. 새누리당은 비상체제 돌입 후 지지도는 상승하였으나 막판 불법사찰이 부각되면서 크게 하락하여 선거 직전 민주당과 흡사한 수준인 21.8%로 추락했었다.([그림  2]). 


 



그렇다면 투표율 상승은 각 당의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정확한 여론조사를 통해 투표자의 응답을 분석해야 가능한데,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없는 현 시점에서는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확보 가능한 전국 지역구의 투표결과를 통해 유추하고자 한다. 투표율은 어느 통계보다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차이가 많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이다(Franklin 2004, Powell 2004). 투표율은 정당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투표율이 높을 경우 여당이 불리한 반면 야당에게는 유리한 것으로 가정되었다. 투표율과 정당의 득표율 사이에 있다고 믿어지는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가장 기초적 자료로서 지역구 통계를 근거로 하여 투표율과 정당득표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상관관계는 에 있다. 전국적 상관관계에서는 새누리당이 0.15, 민주통합당 -0.77, 통합진보당 0.12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적 수준에서 새누리당의 득표는 투표율과 관계가 없으며 민주통합은 반대로 투표율이 높은 지역구에서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투표율이 높을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상반되는 결과를 얻는다. 이 같은 점에 비춰보면 전국적 수준에서 볼 때 보수층이 결집했음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은 지역별로 각 당의 득표와 투표율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자료는 당선여부와는 관계 없이 득표율과 투표율과의 관계이다. 민주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을 동원의 결과라고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투표율과의 상관관계는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이 수도권에서 1위를 차지한 지역구는 65개나 되지만 투표율이 높았던 지역구에서는 득표율이 낮았다. 바꿔 말하면 투표율이 높았던 수도권 지역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0.5). 한편 많은 관심을 끌었던 부산경남의 결과는 왜 부산경남에서 ‘낙동강벨트’가 형성되지 못했는지를 말해준다. 부산경남에서 투표율과 민주통합당의 득표율은 정반대의 관계를 갖는다(-2.48). 부산경남의 투표율이 높은 지역구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를 덜 지지했던 것이다.
새누리당이 압승했던 대구의 경우 투표율과 새누리당 득표율은 부의 관계(-0.20)를 보이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로 부의 관계에 있으나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다. 한편 광주와 전남북의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투표율과 민주통합당의 상관성은 -1.69이며 이는 5%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18대 선거가 투표율이 낮을 뿐 아니라 시도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19대에서는 투표율이 높은 동시에 지역별 표준편차는 18대에 비해 1/3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참여했던 것이다. 앞에서 제기한 지역적 투표율과 각 당의 지지도 관계는 지역별 투표율에서 다시 확인된다. 제19대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은 경남과 전남이다. 특히 경남, 경북 및 울산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야당도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지지세력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3.  ‘여지야수’, 부산경남의 분리 그리고 전국화의 가능성
권위주의 시절 한국선거는 과거 ‘여존야도’의 모습을 띤 적이 있는데 19대 총선결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조적 모습을 보여준다. 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한 19대 총선결과는 외형적으로는 여촌야도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사회갈등구조의 면에서는 지역주의가 여전히 강고한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두 가지 형태를 갖는다. 첫째는 텃밭인 영남지역을 지켰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는 민주통합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선거기간의 많은 예측과는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단 3석을 얻는데 그쳤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결과 4개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둘째,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 특히 강원 압승과 충청권에서의 선전에 기초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일반적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선거 직전까지 모든 여론조사는 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얻은 승리는 불균등한 성과에 기초한다.
새누리당의 전과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지키는데 승리했으며 나아가 18대 총선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잃었던 강원도를 탈환하고 충청권에서도 선전한 결과이다. 대통령 레임덕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이 등장하면서 민주당이 ‘낙동강 벨트’를 형성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전통적 지지기반에 대한 우려는 박근혜 위원장의 잦은 부산방문에서 알 수 있다.



 19대 총선 중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던 것은 경남지역의 ‘낙동강 벨트’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였다. 민주화 이후 형성된 지역주의 정당체제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과대 부풀었던 기대감을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느낌을 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도 지역에 기반한 정당임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은 대구의 12석과 울산의 6석을 그리고 경북의 15석을 독차지했다. 민주당 후보는 부산의 총 18개 지역구에서 단 2명이 당선되었는데 이들은 이미 자력으로 당선이 예견되었던 후보였다. 비슷한 기대를 모았던 경남 역시 16개 지역구에서 김해갑에서만 당선되었다. 새누리당이 영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민주통합당은 호남에서 거의 독식했다. 광주의 8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보를 합치면 7명이 당선되었고 한 지역구는 통합진보당에게 양보했던 곳이다. 전남에서는 통합진보당에 1석을 잃어 10석을 차지했다. 전북 또한 11석 가운데 무소속 1석과 통합진보당에 패한 1석을 제외하고 9석을 민주통합당이 모두 획득했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역정당에 걸맞게 자신의 아성을 완벽히 지켜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지역주의는 약화되었다. 19대 총선은 경쟁적 지역구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지역주의가 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나 부산경남에서 새누리당 득표와 민주통합당 득표율의 차이를 18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14.7%에서 5.2%로 크게 감소했다. 양당이 경쟁하는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은 33.9%에서 9.9%로 3분 1도 넘게 줄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부산경남에서 새누리당이 독식하는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적어도 공천=당선의 기본 공식은 불가능할 것이다. 호남지역은 야권연대의 발생으로 통합진보당이 경쟁에 참여함에 따라 1-2위의 구도가 바뀌었다.



에서 보는 것처럼 비례대표 정당지지를 보면 지역주의는 양면적 성격을 보여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정당득표율은 18대 총선에 비해 다 늘었다. 그러나 증감의 차이는 크다. 전반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이 부산경남에서 세를 확장하는 데 성공한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지지를 늘리지 못했다. 광주에서는 감소했고 전남북에서도 0.1-0.3%의 미미한 증가를 보였다. 전국적으로 민주통합당이 10.5% 증가한 반면 새누리당의 증가는 3.3%이다.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늘어났다. 특히 부산, 대구를 비롯한 영남에서 증가세가 높았다.


민주통합당의 비례지지는 광주와 전북에서 각각 3%, 1% 감소했으나 전반적으로 10% 증가했다. 전반적 증가는 각 지역에서 고르게 민주통합당의 지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대구, 울산에서의 증가는 각각 18%, 11%, 15%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그리고 강원도와 충청도에서도 지난 총선에 비해 지역구에서는 패배했지만 비례지지는 크게 증가했다. 가 제시하는 이러한 결과는 민주통합당의 미래가 비례대표의 확대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민주통합당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구에서는 패배했지만 골고루 정당지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는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지역주의 정당체제는 선거제도에 따라 대조적 결과를 보여준다. 강고한 기존의 지역주의 정당체제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1등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효과로 인해 강화된 반면 비례대표의 지지를 보면 지역주의적 투표는 완화되었다.



4. 결론 : 한국정치는 새로운 아젠다가 필요하다.
이 글은 19대 총선이 끝난 후 여론이 요약한 여당의 과반수 이상의 승리와 야당의 패배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다. 보수와 진보가 거둔 상반되는 성과는 긴 호흡으로 보면 54%가 참여했던 선거에서 진보를 자임하는 민주당이 중간층과 서민의 요구를 엮어내지 못한 결과이다. 선거 직후 언론이 힘주어 묘사했던 박근혜 효과가 가능했던 것은 야당이 사회경제적 변화를 정치적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로 우연하게 한국의 새로운 아젠다로 부상한 사회복지는 대중의 여망이다.
소선거구제와 다수제의 선거제도 하에서 야당이 후일을 기약하려면 중간층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안철수가 제시한 대로 인물중심적 선거였다. 그러나 정책정당이 인물중심적 전략으로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역대 어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선거의 쟁점은 찾기 어려웠고 박근혜, 문재인, 김용민 등의 인물에 의해 선거가 주도되었다. 그런 점에서 제19대 총선은 선거의 기본의미를 망각한 선거였다. 다시 말해 시민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다. 선거는 투표자와 시민의 선호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기제이기 때문에 정책이 쟁점화되지 않으면 이미 선거로서의 기본기능은 사라진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책정당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정책정당의 길로 나가지 않았다. 정책정당이야말로 지역주의 정치에서 벗어나 전국정당화를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 전국정당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지지를 도출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도적 성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용민 파동’이 증명하듯, 현재의 예비경선은 당내 양극화를 조장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선절차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다. 
제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의 구조적 약점을 잘 보여주었다. 민주통합당은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는 정책정당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민주통합당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정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남북평화에 올인하여 사회복지정책 아젠다는 정책 중요도 면에서 형식적 끼워넣기에 속하거나 잘해야 먼 순위의 사안일 뿐이었다. 한국의 시장체제에서 북한문제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정치적 정체성(political identity)을 형성하는데 편리한 쟁점이었다. 과거 남북의 권위주의 세력이 상호 의존했던 적대적 의존관계는 한국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관계를 더 잘 말해준다. 민주통합당의 관점에서 북한문제는 반대의 각도에서 남북문제를 대하는 보수정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편리했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강력한 사회복지를 제도화하는데 미흡한 점에서 김대중 정부도 미래지향적이 아니었다. 권위주의 시대의 아젠다에 안주하는 동안 세상은 너무 달라져서 성장신화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며 사회적 불평등은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지위를 위협한다. 한국정치가 또 다른 19대 총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회경제적 아젠다를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대선은 물론이고 4년 후 총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각 정당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사회정책을 제출함으로써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역주의는 약화되고 ‘여지야수’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민주통합당이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다수당으로 발전하려면 비례대표제로의 변화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지만 인구가 작기 때문에 의석 수에서 크게 불리하다. 소선거구제도 밑에서 역대 선거가 보여주는 것처럼 새누리당과 경쟁해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미래희망은 비례대표제에 있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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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한국정치학회 연례학술대회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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