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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동시지방선거 민주진보연대의 성과와 과제

[좌담]


6.2 동시지방선거 민주진보연대의 성과와 과제


사회 : 박순성(민주정책연구원장)
참석자(가나다순)
강기갑(민주노동당 前대표)
노회찬(진보신당 前대표)
백승헌(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정세균(민주당 前대표)


박순성 :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대표님들, 그리고 시민사회 백승헌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야권 연대와 연합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야권연대에 대해서 선거용 아닌가, 정략적이지 않은가하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야권연대 혹은 연합정치에 대해 어떤 가치를 혹은 어떤 의미를 두고 임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세균 : 한국의 선거사는 기본적으로 개혁진영과 보수진영이 일진일퇴하는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006년 5.31지방선거, 2007년 17대 대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개혁진영이 내리 3연패를 당했습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이 연패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고, 진보개혁진영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거환경을 분석해보니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만 가지고는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는 힘들겠다. 진보개혁진영이 힘을 합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6.2지방선거 1년 전부터 ‘통합할 수 있으면 통합을 하자, 부분적이라도 통합하자, 그게 안 되면 연대라도 하자’고 주장했고,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자’면서 6.2지방선거의 승리를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6.2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승리하지 못하면, 일본의 자유민주당 장기집권과 같은 정치행태를 한나라당에게 허용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습니다. 이런 절박함이 연대연합의 출발이 되었고, 최선의 성의를 가지고 연대연합에 임하게 했습니다.


박순성 :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연합정치에 대해서 토론과 담론 투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기갑 : 그 당시에는 연대연합에 대해서 절박하기도 했고, 애도 많이 태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6.2지방선거의 야권연대는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사회 양극화, 경제 양극화, 재벌공화국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었고, 남북관계와 민주주의도 후퇴시켰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되겠다는 절박감으로 6.2지방선거에서 연대연합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2009년도 초 김대중 대통령께 인사를 갔을 때, 연대연합에 대해 “민주당이 전폭적으로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연대를 해서 지방선거에서 MB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서는 당론으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 심판을 강하게 희망하고 열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정치권에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민주노동당은 선거 때 후보의 사퇴가 없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 우리당이지만, 국민들이 바라고 요구하고 희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기 살을 깎는 어려움이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과 안 맞는 부분이 많아 연대를 얘기하고 후보단일화를 시키는데 있어 많은 진통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구잡이로 연대연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책연대를 통해 공동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지만 중앙공조가 깨져 아쉬움이 많이 남고 구체적 합의과정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 대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고, 이것은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한 결과였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위대합니다. 정치권이 국민들의 열망에 1/10만 응답해 주어도 크고 역동적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순성 : 진보신당에서는 진보신당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표, 정책적 지향성을 분명하게 살리는 것과 동시에, 연합정치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내부에서 연합정치의 의미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을 텐데요. 어떤 차원에서 연합정치를 바라보셨습니까.


노회찬 :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 초기에 촛불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었고, 그로부터 2010년 지방선거까지 만2년 동안 한국 정치사에는 과거 유래가 없었던 특이한 현상들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이 연합정치라는 말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6.2지방선거 이전의 지방선거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한국정치사에서 야당들이 정책 공조를 지속적으로 해온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야당들이 함께 집회를 하고, 공동으로 현안에 대처하는 등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그 뜻을 지지하는 국민과 야당들이 선거연대와 관련해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 논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의 선거연대는 대개 대선에서 특정인물 중심으로 대권경쟁을 위해 연합하는 경우였습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대동단결한 것은 거의 사례를 찾기 힘듭니다. 그러한 연대를 MB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연합정치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당장 내년의 총선과 대선, 그 이후의 한국정치를 올바르게 발전시키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선거기간동안만 공조하는 문제를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선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특히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되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다소 부족했던 것은 새롭게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연대의 정신은 내년 1년 동안 더 강력히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것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도 필요합니다.


박순성 : 백승헌 변호사님께서는 ‘희망과 대안 공동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큰 역할을 하셨는데요. 희망과 대안은 2009년 발족했지만, 2008년부터 논의해오셨고, 창립식 공식 입장 속에 연합정치를 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과 대안’은 연합정치를 어떻게 보셨는지, 야권연합을 어떤 의미에서 추구하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백승헌 : 저는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서, 시민사회 또는 유권자가 바라보는 연합정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야권연대는 MB정부의 일방 독주가 계기가 된 것이었지만, ‘희망과 대안’이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왜 10년간의 진보개혁정권이 후반부에 오면서 국민의 지지를 잃었는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시민사회는 촛불이 강하게 타올랐음에도 왜 MB정부의 성격을 민주적으로 못 바꿔냈는가’에 대한 반성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구조적으로 우리사회 전 영역에 보수 기득권의 힘이 굉장히 강하여 개혁과 진보를 안정적으로 꾸준히 추진하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좌절하기 좋은 조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책상 실책도 있었지만 어떤 진보개혁정권이라 해도 우리사회 안에서 정치를 통해 역동성을 발휘해 진보와 개혁을 추구해 나가는 데는 힘이 매우 약한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진보개혁세력이 분열된 상태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불가능한 것이지요. 더구나 야권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분열이 아닌 힘을 합하는 과정을 모색할 절실한 이유가 있지요. 통합이나 통합은 아니어도 기존 정당들이 힘을 합하는 연합 그리고 연대의 형태로 힘을 합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힘을 합하기만 하면 국민들은 지지해 주겠다, 특히 이 정부에 비판적인 다수 국민들은 그 것을 선거를 통해서 표출하겠다는 수면 밑에서의 움직임이 상당기간 이어져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합의 계기는 MB정부의 실정이지만, 국민의 요구로 만들어 진 연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권연대의 성공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폭정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과 야당이 힘을 합해 폭정에 맞서라는 국민적 여망의 결과


박순성 : 단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 독단, 실정으로 생긴 민생민주평화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지속되면서 한국사회경제를 재벌위주로 바꾸었고, 민주주의는 균형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꿔볼까 하는 걱정과 고민이 절박감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절박감에도 불구하고 각 야당과 시민사회 모두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당내외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고 협상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어려웠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었습니까?


정세균 : 민주당이 규모로 봐서 진보개혁진영의 맏형 격입니다. 그럼에도 당의 구성원들에 대한 요구에도 부응하고, 국민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를 개혁하는데 있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있어서도 총론은 찬성이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반대가 심하고, 님비현상마저 나타나게 됩니다.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나는 빼고 다른 쪽에서 하라’는 그런 의식들이 무척 강해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은 예외가 없더군요. 그것을 다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타협하기도 하고, 좌초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야권의 선거연합은 과거에도 성공한 예가 극히 드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야권연대의 성공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연대를 안했다면 6.2지방선거의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입니다. 연대를 통해 우리가 이룬 성과는 2012년 정권교체 가능성의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당내 기득권 세력과의 일전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진보개혁진영의 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6.2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는 단순히 선거 공학적 연대가 아닌 정책연대였으며, 정책연대가 성공하여 야권이 승리한 것입니다. 선거 3-4개월 전, 야권은 12개 분야에 걸친 정책공조에 합의 했고, 6.2지방선거의 대표공약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1번 공약으로 채택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역사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순성 : 님비현상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요. 조금씩 떼어주지 말고 70%까지 떼어주라고 하셨던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부분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일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당 내부의 저항이 어느 정도였습니까?


정세균 : 협상대표단이 훌륭한 협상안을 만들었고, 전국적으로 특정지역을 빼놓고는 거의 다 선거연대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와 서울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에서 연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당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저항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당내 회의를 진행하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뼈아픈 고통이었고 실질적으로 연대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겪은 어려움이었습니다. 모든 연대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면 대승을 했겠지만, 하늘의 뜻은 한꺼번에 모든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반성할 부분도 주고, 부족한 부분도 주어서 나중에 더 잘하라고 하시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은 시민의 힘, 국민의 힘입니다. 시민의 힘, 그리고 국민의 여망이 앞으로 있을 총선이나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순성 : 민주노동당은 시민사회로부터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대의에 가장 충실했던 정당이다’라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대의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유연성까지 발휘하셨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어떠셨는지요?


강기갑 :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선거공조에 있어서 2009년 10.28재보궐 선거 때, 경기 안산의 선거과정을 겪으면서 큰 정당이 기대를 많이 받는 것이 부자들이 내놓기가 더 힘든 구조와 같다는 것을 절감했고, 그런 정당과 선거공조를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힘이 없으면 빨려 들어간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선거공조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10.28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진보진영이 먼저 통합이 되어야한다 생각했습니다. 힘이 하나가되면 그 힘을 무시할 수 없으니, 모아진 힘으로 민주당과 선거공조를 하면 양보할 것은 양보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부터 진보진영 대통합을 서두르자 제의했으나 잘 안되었습니다. 이것이 큰 아쉬움과 아픔이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진보신당이 입장을 달리하기도 하고, 우리당 내부에서도 진보신당하고 같이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야 되겠느냐하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권이 힘을 모아 한나라당과 현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 시대적, 국민의 요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많은 것을 내어주는 한이 있어도 선거연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민의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부사정을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저는 ‘다 내어줘라, 우리가 희생을 하더라도 협상을 성사 시켜라’하고 얘기했었습니다.



사실, 정부는 천안함이라는 거대한 폭발음으로 이 선거를 빨아들이려고 했지만, 거대한 천안함 보다 자그마한 도시락이 승리한 것 아니겠습니까? 공안선거로 몰아가려고 했는데 그것을 물리친 선거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공약이었던 ‘친환경 무상급식’을 사실 민주당이 정책공조에서 만큼은 전폭적으로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정책공조는 이번 선거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했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당내의 문제를 수습하고 정리하는데 어려움도 있었고, 다 내어주지 못 한 아쉬움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된다는 절박함과 당위성이 더욱 커지고 엄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가진 우리당뿐만 아니라 각 당들은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아름다운 추억’은 냉철한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은 더 많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의 정책공조 뿐만 아니라 선거합의까지 민주당 지도부가 깨버릴 때, 최고위원회에서 내가 울었습니다. 연대연합이 어디로 가겠느냐, 어떤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큰 반성이나 성찰을 못 봤기 때문에, 민주당이 앞으로 변화가 있길 바랍니다. ‘파토 내버려도 결과는 그래도 대승이다’ 이런 생각들이 계승되면 큰일 난다고 봅니다.


박순성 : 이명박 정부가 사실은 야권연대를 결성하게 해주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진보신당이 반MB냐 반신자유주의냐 혹은 당면한 시기에 대의에 복무할 것이냐 한국정치의 중장기적 발전에 복무할 것이냐에 대한 내부진통이 많았을 것이고, 대표님 스스로도 고충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노회찬 : 정세균 대표님께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이 되시겠지만, 제게는 시간이 흘러도 쓰라린 기억입니다. 그래도 몸에 좋은 보약은 쓴 것이기 때문에 보약을 마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다른 대표님들의 야권연대의 성과에 대한 말씀에는 충분히 동의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제가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후보의 입장에서 본다면, 야권연대가 협상에 의한 단일화이기도 하지만, 유권자 투표에 의한 단일화이기도 하였습니다. 야권연대와 공조가 잘되어서 단일후보로 나선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서도 예외 없이 국민들은 제1야당에게 표를 몰아줬습니다. 대체로 제1야당이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로 표가 돌아갔고, 울산 같은 경우에는 제1야당이 민주노동당이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고, 전남에서는 여당격인 민주당과 제1야당이 한나라당이 아니니까 민주노동당이 당선자와는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낸 측면이 있습니다. 야권연대는 연대대로 의미가 있었고, 유효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 이전에 유권자들이 단일후보 만드는 식의 투표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출마를 준비할 때는 지지율 15%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4%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머지 11%는 어디로 간 것인가 황당했습니다. 후보에 대한 판단을 떠나 단일후보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한쪽으로 표가 몰린 것이라고 봅니다.


야권연대의 논의나 결과가 유권자들의 열망에 비춰 그 기대에 못 미친 점이 있다는 것을 반성차원으로 말씀드립니다. 2010년 선거는 MB정부를 심판하는 선거였지만, 2012년 선거는 무엇을 심판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선택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유권자들이 표심으로 단일화를 강제하는 현상이 2012년에 다시 만들어질 것이라고 안일하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새로운 과제로서 제기 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진보신당 같은 경우 자신이 구현해야 하는 것과 현실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에 대한 조화가 부족하여, 외부에서 봤을 때는 그것이 경직된 자세로 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세력들이 공존하는 방식에서도 준비나 태세가 부족했음을 보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진보신당이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메워야 하는 것입니다.


정책공조는 하향평준화 되어 비슷하게 같은 것만 모아서 한 것이었지, 뜨거운 논의와 양보를 통해 얻어지는 협상의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지난번에는 ‘4대강, 무상급식’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정책공조가 이렇게 가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협상은 실리조정으로 나타났던 것이고, 그리고 저희가 가진 독특한 처지가 조정할 실리가 없는 처지라는 것도 협상에 임하는 자세에 반영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왜 꼭 실리는 실리로 조정되어야 하는가, 실리를 잃더라도 정책을 얻는다거나, 원래 자신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함께하기 위해 정책을 수용하거나 하는 일들이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권연대의 열쇠는 성찰과 소통


박순성 : 진보신당이 굉장히 주요한 자기성찰과 다른 당에 대한 제안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강기갑 대표님께서 정세균 대표님께 민주당에 대한 깊은 성찰을 주문하셨는데 추가 말씀 있으십니까?


정세균 : 선거연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플러스섬 게임 입니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윈-윈 하도록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지, 어느 일방에만 유리하다면 얘기도 안 되고 성립도 안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계속 내줘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측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애로는 이해해 주셔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연대에 참여했던 후보들은 어느 정도 성과도 확보했다고 봅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완벽하진 못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연대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정책연대가 쉬운 건 아니지만 한두 가지 세세한 부분만 빼고는 거의 다 합의했습니다. 참여하는 모든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책코드에만 집착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했다는 것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연대는 우호적이어야 성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방적이라면 힘들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연대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은 일보 후퇴하는 것이 이보 전진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6.2지방선거가 그것의 확실한 결과물입니다. 연대에 주저하지 말고 나서야 하며, 연대의 과실이 골고루 배분되도록 처음부터 세심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에 그 배분이 불균형적이라든지,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하다면 성사가 안 될 소지가 있어서, 매우 절제 있는 협상과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민주당은 맏형으로 6.2지방선거에서 완결된 연대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고 반성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5+4로 시작해, 중간에 파트너들의 이탈 과정에서 민주당에게만 형이 다 책임져라, 맏형이 다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순성 : 사실 시민사회는 연대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야권연대의 담론도 만들어 내고, 환경도 조성하고, 중재 역할도 하고, 안보․공안정국을 뛰어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집어주십시오.


백승헌 :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그 때 상황이 다시 되살아나는군요. 물론 처음부터 정당간의 논의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이익은 분산되는데, 손실은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는 어려움이 있었지요. 일종의 님비현상이 발현되기 쉬운 조건이었습니다. 반면에 다른 정당에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정당 내부의 많은 부분을 다 포기시켜야하는 차원이 다른 구조적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협상은 본래 각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당 지도부는 당의 모든 이해관계의 복잡함을 뒤로하고, 지도부의 리더십으로 상황에 대해서 포기시키고 희생하게 만들어야 하는 힘들 수밖에 없는 협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연합을 해야 된다는 광범위한 필요성, 그리고 연합한 뒤 유권자들이 보다 큰 참여와 지지를 할 것을 선거 이전에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나타난 선거의 결과는, 협상의 미진함이나 포괄적 연합의 실패의 아쉬움을 일정부분 덜어주었습니다. 포괄적 협상의 실패는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없지만, 그 미진함을 유권자가 결과로써 보완해주었습니다. 이번 연대연합의 첫 번째 성과로는 ‘연합이 대세다’라는 것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6.2지방선거 이후에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것은 6.2지방선거의 협상과정과 결과가 만들어 준 것입니다. 아주 섬세한 협상을 하였고, 여러 가지 차이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어느 정도 협상의 전형을 만들어 낸 것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적 연대를 위해 여러 정당이 협상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이해중립적인 시민사회가 같이 협상의 틀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중요한 전형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6.2지방선거의 협상의 틀을 유지하자는 좁은 개념의 의미는 아닙니다.


그래도 결정적인 문제는 포괄적 연합이 안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MB정부의 일방독주에 일정부분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연합을 해서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승리를 가져왔다면 중앙정치의 현실이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12월의 날치기 정국이 되풀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7월 재보선에서도 승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권자의 압력이 유권자의 총의가 정치권에 반영되는 대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정책연합부분에 대해서 시민사회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정당끼리 이해 조정에 관심두기 보다 유권자가 참여하는 가치 연합이라는 측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지방선거가 정책연합의 전부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상당부분 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들이 일정부분 공조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정책연합을 할 때마다 더 개혁적이고 더 선명한 정책을 가지도록 만들게 한 것입니다.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미진하다고 하겠지만 일정부분 진보개혁적인 정책을 소화하기 위해 당내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정책연합이 필요하고 가능해야 된다는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동의였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연합은 첫술에 배부른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을 공조할 수 있고 함께 공동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작 지점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노회찬 : 정책연합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닌, 이 문제에 대한 준비가 조금 부족했다고 반성하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영국은 연정을 이루고 있는데,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정은 보수당이 반대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자유민주당이 조건으로 제시하였고 보수당이 이를 받아들이며 시작되었습니다.


선거 때 하는 야권연대는 어느 자리와 어느 자리를 조정하는 것이지만, 자리를 서로 교환하고 조정하는 연대, 공동의 정책을 모아내는 하향정책공조가 아닌, 서로 다른 것을 조금씩 포기하며 조정하는 정책공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공통된 정책만으로는 파워를 가지기 힘듭니다. 정책 공조를 위해서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정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책을 조정하는데 있어서도 연대가 깨어지지 않도록 실리조정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라는 큰 명분으로 후보단일화를 해야 되는 것인데, 후보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던 국민참여경선을 하던 어떻게 하던 단일화가 되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면 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힘듭니다. 산술적인 합을 이루는 지지율을 만들 수는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세한 정책보다 어느 정도 큰, 그러나 너무 다르지 않은 정책으로 정책연합을 이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세균 : 노대표님 말씀에도 공감하지만, 저는 이번 선거에서 한두 가지 정책에 합의한 것이 아니고, 아주 세부적인 한두 가지 빼고는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책연대가 선거공조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합의한 정책을 이후에 실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면 설령 연대의 레벨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여전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강기갑 : 앞으로 잘되기 위해서는 연대과정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안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 점검하고 이후의 공조를 위해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6.2지방선거에 대한 자체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대표직을 마치면서 객관적인 자료 형태로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서울시 그리고 경기에서는 한 사람도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유권자들의 사표심리로 인해서 ‘되겠느냐, 될 사람 찍어주자‘라는 것과, 유권자들의 MB정권에 대한 강력한 심판, 절박감들이 한 곳으로 몰린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각 당이 정책 공조를 통해 합의 했지만, 나름대로 각 당의 목소리가 있고 정책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조가 제대로 안된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경기나 서울에서 민노당 후보가 한사람도 안 된 것입니다.


정세균 : 고양시는 무지개 연합을 통해서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고양시에 민주당은 4개의 지역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찬성,  두 사람 반대였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조절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무지개 연합도 그냥 된 것이 아닙니다. ‘연대를 하니까 민주당 이외의 다른 정당들도 경기와 서울에서 승리하더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연대라고 하는 것이 어느 특정정당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사례입니다.


강기갑 : 저는 염려되는 것이 민주당이 그 당시에 야 공조 합의사항을 최고위원회의에서 깨버렸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거의 석권하다시피 다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이 결과를 보고 민주당이 과연 그 때 깬 것이 잘한 것이다 생각하시는 건지, 상당한 승리였지만 잘못된 것이다 생각하시는 건지, 앞으로는 야당이 같이 합의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최고위에서 깨고 나머지는 싹 빨아들이는, 결국 그 당시의 판단과 결정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정대표님의 고충이 많으셨겠지만, 민주당의 이런 부분들은 야권 공조에 있어 상당히 비판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것들은 신뢰를 깨버리지 않기 위해, 야권의 공조를 위해서 자체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정세균 : 유권자에 의한 단일화를 강조하면 민주당 당원들에게 선거연대에 대한 필요성이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강기갑 : 진보진영의 야권연대나 단일화를 실제로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도 진보진영이 통합해서 힘을 키워야 합니다. 단일화가 안 되면 국민의 지지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로 가게 됩니다. 결국 기득권을 가진 정당으로서는 그것을 결정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된 선거공조가 더욱 절박한 것입니다.


노회찬 : 진보진영이 먼저 단일화해서 민주당을 압박하자는 데는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진보정당들끼리 후보 먼저 단일화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에 대한 답은 합당을 해야 그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선 통합을 주장하셨고, 다시 내부의 통합 같은 것은 지방선거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 얘기했지만 그것이 어긋났던 것입니다. 진보진영이 단일화 하는 것을 바랐던 분들께는 부끄럽지만 앞으로야 그런 일이야 있겠습니까?


박순성 : 우리 선거제도가 굉장히 제약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연합정치를 한 것은 놀라운 성과이며, 민주주의 또한 한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제도도 연합정치를 하기에는 불리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이 완전히 깨어져서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흩어져 있었고, 뿐만 아니라 민주개혁진영 내부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합은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연합을 이루었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입니다. 시민사회가 흩어진 세력을 모으는 ‘무지개 연합’도 이루고, 공정한 중재 역할도 하지만 비난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 역할의 검증적 측면, 어려움, 향후 시민사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백승헌 : 연합에 있어 지난 6월 선거는 처음으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연합 협상구조를 통하여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때의 참여는 시민사회가 정당의 들러리가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각 정당은 기본적으로 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지지하는 국민들을 대변한다면, 어느 개별정당의 지지가 아니라 포괄적인 세력으로서 진보개혁정당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정당간의 협상구조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죠. 그 부분에 있어 시민사회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협상의 타결까지 함께 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인정합니다. 지금 다시 반추하고 평가하자면 거기에서 받은 교훈을 2012년, 또는 그 이후까지 어떻게 이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3가지 정도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2지방선거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각 정당이 힘을 합하자는 경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힘을 합하는 전형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급했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선택 지점을 분명하게 하자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면, 다음 선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反MB정부만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합은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힘을 합하는 것이 필수적 조건이며 그 외에 다른 조건도 필요한데, 하나는 각 당의 혁신입니다. 각 당마다 혁신할 지점이 다르고 고민도 다르겠지만, 진보정당들을 포함하여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진보정당의 유연성과 개방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요구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각 정당들이 혁신을 어떻게 하느냐, 연합 친화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가느냐가 같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연합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연합 성사 이후에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 각 당이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세력의 보강, 세력의 교체입니다. 대선에서의 승리, 총선의 승리를 얘기하는 것은 국정을 담당하는 세력을 바꾸겠다는 의미인데, 아직 야당의 세력이 미진하기 때문에 더욱 보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각 정당들의 힘과 함께 국민의 힘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하는 문제인데요, 이러한 부분에서 세력을 강화하느냐, 수권세력으로 국민에게 어떻게 인정받느냐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인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3가지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요, 연합협상에 있어서 중재자, 매개자, 촉진자라고 하는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는 정당개혁에 있어서도 역할이 필요합니다. 각 정당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헌법상 보장된 중요한 기구입니다. 시민사회는 정당이 국민의 의사와 괴리되지 않도록 국민과의 소통을 촉진하고 정당들의 혁신을 요구하며 제안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우리 사회가 정치를 통해 진보한다고 보면, 그것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훈수를 두는 것이 아닌 내년을 위해서는 같이 해서 당사자적 지위를 가져야지만 시민사회 역할도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가지 통합과 연합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난 지방선거는 기존의 정당구조를 전제 할 수밖에 없는 협상이었습니다. 지금의 정당 구조가 당연한 것이냐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정당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제 생각은 다음 2012년을 위한 연합의 과정은 통합적 연대 및 비통합적 연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거나, 연대 이외에는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통합도 모색해보고, 통합이 안 되었을 때 바람직한 연대의 모습도 같이 고민해보는 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과 연대를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 필요하지만, ‘통합이 선차적이고 연합이 차선책이다’라는 것이거나 역으로 정당구조 그대로 놓고 연대만 얘기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봅니다.


흩어진 야권이 힘을 합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시작해야 할 때


박순성 : 지난번 선거와 관련해서 유권자의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단일화를 이루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마다 괴롭습니다. 야권 진영에서 미리 잘 정리해서 투표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유권자들은 진보개혁진영이 하나의 대안을 만들어 주면 우리가 선명하게 선택하겠다고 정당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당은 혁신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정치발전, 그리고 한국의 사회경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세균 : 시민사회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간자, 매치 메이커가 없으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중앙단위의 선거연대는 한계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연대를 성공시킨 모델들이 만들어진 것은 큰 의미입니다. 기초단위에서도 광역단위에서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괄해서 중앙차원에서 만드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능한 곳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의 전환을 했습니다. 1년 전에 연대 논의 시작할 때는 전국적인 중앙당 차원의 연대를 추진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각 시도당이나 그 하부단위, 각자 자기 지역에서 연대의 논의를 활발하게 하도록 요구했고, 부분적으로라도 성사 된 것이 6.2지방선거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제1야당에 표를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5+4라고 하는 기구, 각 지역에서 연대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그것을 평가한 유권자들이 그 선택을 했던 것이지, 분열된 상태에서 그런 노력도 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각개약진을 했다면 과연 유권자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유권자들의 선택도 우리사회의 5+4가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통합하는 것이 좋고, 통합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유권자들이 힘들지 않습니까? 2009년 후반기에 공동지방정부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은 고육지책인 것입니다. 단일 정당을 만들어 통합된 정당이 그 내부의 경선이나 경쟁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고 선거에 승리하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맡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그런 얘기를 하면 민주당 보다 작은 정당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얘기를 자제했지만, 민주진보개혁진영이 통합된 정당으로 가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진보정당간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전체 통합당으로 가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월만 보내지 말고 빨리 진보정당간 통합을 해서 몸집을 키워 협상력을 가진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진보정당간 통합을 빨리 진행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금년 가을에라도 통합정당으로 간다면 확실하게 다음 의회권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민주당이 반성해야 되는 점 하나는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총선승리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총선 승리 없이 대선 승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뛰어 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 총선승리가 절체절명의 과제인데, 당원들의 마음은 정권교체에 가있습니다. 총선승리에 실패하여 의회권력 교체에 실패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에 당원들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강기갑 : 중앙협상이 깨지고 나서 지역이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끌어내자 노력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지역단위에서 협상을 한 곳도 있고, 그렇게 한 지역에서는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국민의 뜻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또 지역마다 단일화 협상들이 많이 붙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국민들께서 평가해 주셨고, 그래서 힘을 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중앙협상은 깨졌지만, 당 대표들이 힘을 모아 지방 순회하면서 지방 협상하는데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 기자회견도 같이 하고 같이 가서 바람을 일으키자 각 당 대표님들께 많은 말씀 드렸지만 추진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어렵게 야당대표들이 제의에 합의하고 인천, 울산, 경남, 충청, 강원까지 다 순회하면서 합동유세의 바람을 일으켰는데, 전국의 많은 유권자, 국민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던져준 것이고 그런 바람이 큰 결집으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정치권에서 조그만 성의를 보이고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을 하면 국민들께서 역동적 성과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한민국 민중들의 저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촛불 때도 국민들의 역동적 힘을 봐왔고, 6.2지방선거에도 국민들의 역동적 힘을 봐왔고, 서울시장 마지막 유세 때도 각 당이 다 흩어지기에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하자는 제안도 했었습니다.


마지막 선거 3~4일 전의 바람들이, ‘상당히 가능하다, 심판이 가능하다’라는 기대로 많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도 선거를 앞두고, 무엇보다도 정치권에서는 강물 밑바닥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이 물줄기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고 넓은 강일수록 위에 흐르는 물결은 어디로 흐르는지 가만히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 강바닥에는 바위도 깨칠 수 있는 물결이 있는 것인데, 이것을 정치권에서 깨닫고, 국민의 역동적 요구나 염원들을 잘 끌어 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는 있겠지만 양극화에 시달리고, 남북 관계가 전쟁불사의 관계로 가고, 자연이 재앙으로 덮치고 있는데, 말로는 녹생성장이라며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합니다. 식량 쓰나미는 전국민, 전인류를 덮치는 것인데 이것이 오고 있습니다. 농지 전용하고 훼손하고 농업을 우습게 보는 이 정권에 대한 엄중한 심판의 장을 만들어서,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야권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노회찬 : 수도권, 서울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 위기감을 얘기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유리한 선거가 내년 총선이 될 것이라고 안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정당 지지율이나 대선 후보에 대한 예비지지율을 보면, 오늘 많이 얘기되었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정부를 심판하면서 야당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이 야당으로부터도 일정 부분 철수한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됩니다. 내년 선거를 지난 선거의 재판으로 유권자들이 뜨겁게 지지해 줄 것으로 가볍게 보면 안 될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현 정권을 심판할 때는 일체감이 있지만 미래를 선택할 때는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야권연대에 대해서 무겁게 생각하고, 더 열의를 가지고 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총선승리 없이 대선승리 없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 총선승리가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될 것입니다. 야당의 합심으로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어려운 문제인데, 저는 현재 연대는 중요하고 필요하고  강조될 수밖에 없지만, 연대의 문제점과 한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정당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고 한국 특유의 선거제도 때문에 연대가 필요하게 되고, 연대를 하다 보니 힘들어 잘 안하게 되고 하니 근본적인 해결은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원인이 아닌 정당체제 문제로 해답을 찾으려 한다면 상당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정을 하는 나라는 많지만, 선거 전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은 극히 드문 현실입니다. 어렵게 연대해서 원내 다수 또는 정권 창출도 필요하지만, 조금 더 쉽게 하는 방법은 선거제도를 고치면 비한나라, 반한나라 계열 정당들이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원내 다수의석을 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선거제도의 개혁이 중장기적인 대처 방안으로 필요하다고 관심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백승헌 : 내년 선거 중요성에 대해서 동의하실 것 같고, 총선 대선 관계에 대해서도 이론이 없으실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중요한 것은 선거승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2013년 이후에 우리 한국사회 발전전략에 터 잡은 2012년 계획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서 2013년 이후에 미래를 위한 선택에 대한, 미래를 제안하는 방식의 연대 연합이 필요합니다.


정세균 : 과거에 일진일퇴하는 선거결과가 우리가 3연패 했었는데, 우리 진보개혁진영이 3번 패했으니, 연달아 3번 이겨야 본전입니다. 6.2지방선거에서 이겼으니 내년 총선, 대선까지 이겨야 합니다. 우리가 당한 것을 그대로 갚으려면 그런 목표를 세우고, 통합정당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고 그게 안 되면 연대라도 해야 국민이 그런 기회를 줍니다. 지금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태도를 바꾸고 딴생각을 하면 절대 국민들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우리 진영 모두가 공감해야 합니다. 자기 정파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전체의 승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누군가가 통합이나 연대의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그 승리를 불가능하게 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마음을 다 함께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강기갑 : 한나라당이 얄궂은 설탕물을 끓여서 대나무 끝에 묻혀 흔들어 대니, 거기에 표가 많이 모이는데 이제 우리 야권은 진짜배기 꿀물을 묻혀, 우리가 진짜라고 보여줘야 합니다. 그 꿀물이 정책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민생대란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런 정당, 그런 정책을 찾아 헤매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들이 힘을 하나로 뭉쳐서 국민을 위한 정책 공조를 하고 공조된 야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힘을 한곳에 모아서 국민에게 주어야 합니다. 하나로 힘을 모읍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습니다. 당리당략적 자세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박순성 : 네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분 대표님, 시민사회를 대표하시는 백승헌 변호사님. 오늘 좌담회에서 저는 희망의 촛불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야권통합과 연대가 국민적 대의라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정치는 올바른 정치가 아닙니다. 현실정치의 최전선에 계신 분들이 그런 점에서는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2012년의 총선, 대선에서 국민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연구원-6.2 지방선거 좌담.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