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 일동, 국민의힘의 국민 기만, 상법 개정 거부권 논의 즉각 철회하라
국민의힘의 국민 기만, 상법 개정 거부권 논의 즉각 철회하라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요청을 예고했다. 본회의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권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이들의 태도는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만을 옹호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업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국민의힘이 거부하려 한다면, 그들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국민 앞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운 논리는 하나같이 허술하다. 첫째,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모든 법률 조항이 세세한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법이란 기본적으로 원칙을 세우고, 개별 사안은 판례를 통해 구체화되는 것이다. 현재도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은 추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판례를 통해 해석 기준을 마련해왔듯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역시 법적 논리와 관행을 통해 자리 잡을 것이다. 결국 이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기업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전횡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둘째,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하여 기업 경영이 마비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증권관계 집단소송법이 도입될 때도 소송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실제로 제기된 소송은 10건 남짓이었다. 기업이 정당하게 주주 가치를 보호하고 경영을 운영한다면 소송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대주주나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부당한 결정을 내리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두산밥캣 합병,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물적분할 후 별도상장,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등은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미비한 탓에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미국에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사 책임보험이 일반화되어 있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부담은 크지 않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기업을 장악하고 경영 간섭을 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다. 삼성전자의 주요 외국인 주주는 블랙록, 뱅가드, 캐피털,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4개 기관이다. 이들이 합쳐서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도 있는 구조지만,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이사 선임을 직접 시도한 사례는 없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 중 외국 주주가 이사를 직접 선임한 경우도 없었다. 오히려 주요 외국인 주주들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해왔다. 독립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이를 기업정보 유출과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억측이다.
넷째, 배임죄 처벌이 강화되어 경영진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배임죄의 구성 요건은 별개이며, 대법원은 이미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인정하여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처럼 경영상 판단을 배임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형법 개정을 병행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의 사익을 위한 이사회 결의나 재벌기업의 내부거래를 정당화하는 데까지 배임죄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21대 국회 이용우 의원안을 언급한 바 있으며,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획기적인 법안”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배임죄 개편과 함께 상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입장을 뒤집고 개정안을 막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던 개혁이‘재벌을 위한 개혁 저지’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개혁은 상법 개정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병행하여,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더 이상 국민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개정을 둘러싼 핵심 논점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반대”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자신들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추진하겠다고 했던 개혁을 스스로 뒤집으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2025년 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 일동